‘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노후 원자력발전을 활용하려는 주요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동되는 원전 중 절반에 가까운 발전소의 수명이 연장됐고 탄소 중립을 의제로 띄운 미국은 전체 원전 중 90%의 수명을 연장할 정도로 원전을 핵심 발전원으로 삼고 있다. 반면 한국은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수명 연장은 고사하고 가동 시한이 남은 발전소까지 조기 폐쇄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탈탄소를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3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수력원자력을 통해 확보한 세계 원전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가동 중인 원전 442기 가운데 200기가 계속운전(수명 연장) 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가동되고 있는 원전 94기 중 86기의 수명을 연장했다. 캐나다의 경우 가동 중인 모든 원전(19기)이 기존 설계 시한을 넘겨 운영되고 있으며 프랑스도 최근 원자로 32개의 가동 연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설계수명은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할 때 설정한 운영 기한이다. 다만 각국 규제 당국은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 중 평가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면 계속운전을 승인해주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노후 원전의 경우 설계 당시 보수적으로 설계수명을 결정한데다 유지 보수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명이 연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요국의 이 같은 적극적인 원전 활용 실태는 가동 중인 원전 24기 가운데 수명이 연장된 발전소가 단 1기도 없는 한국의 현실과 대조된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원전의 계속운전은 원칙적으로 금지됐으며 국내 가동 원전은 오는 2022년 28기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 예정이다. 박주헌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탄소 중립 추세에 맞춰 화력발전원이 사라지면 기댈 수 있는 전원은 재생에너지발전과 원전뿐”이라며 “날씨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만으로 전원을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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