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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가 미래다"...현대차 '모빌리티 동맹' 가속·SK 18조 '베팅'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략 : 초격차 수소경제에 길이 있다

<3>韓 수소경제 현주소...수소 생태계 구축하는 대기업

포스코, 수소환원기술에 10조 투입

SK, 호주 LNG 들여와 개질, 수소충전소에 활용

한화, 스페이스X에 수소탱크 공급하는 시마론 인수

현대重, 30년까지 생산·운송·저장 밸류체인 구축

효성, 獨 린데와 협력...액화수소공장 건설

"정부, 원천 역량 키우도록 연구개발 지원 나서야"

정의선(왼쪽 두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정우(〃 세 번째)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6일 포항 포스코 청송대에서 '수소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호주 최북단 다윈시(市)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바로사 가스전이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에 들어갔다. 매장량이 우리나라 연간 소비량인 4,000만 톤의 두 배에 가까운 7,000만 톤에 이른다. 한국과 전혀 무관한 것 같은 이 가스전 상업 생산은 SK그룹의 미래 수소사업 밸류체인 최상단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그룹 계열 LNG 발전사인 SK E&S는 바로사와 인근 칼디타 가스전 지분 37.5%를 보유하고 있다. SK는 오는 2025년부터 20년간 이들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LNG를 연간 130만 톤씩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국내에 들여온 LNG는 충남 보령 인근 수소 생산 플랜트에서 개질(改質)해 청정 수소로 뽑아내게 된다. 생산된 청정 수소는 SK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소충전소로 보내진다. 수소산업 밸류체인이 완성되는 것이다. SK는 2025년까지 18조 5,000억 원을 수소생태계 조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SK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소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재계 10대 그룹 가운데 정보기술(IT) 기반인 삼성·LG를 빼놓고 현대차·SK·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 등 나머지 8곳 모두 수소 연관 사업을 하고 있다. 두산·LS·효성 등도 수소사업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수소사업 트렌드는 △핵심 기술 확보 △밸류체인 구축 △글로벌 협업으로 요약된다.

공격적인 M&A로 기술 확보

수소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술 확보전이 치열하다. 수소 생산이나 유통·저장 등 주요 밸류체인에서 아직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열위에 있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기업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술력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한화는 수소생태계 곳곳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M&A를 통해 내재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 항공우주국(NASA) 사내 벤처로 시작해 스페이스X에 수소 탱크를 공급한 시마론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가스터빈 제작 기술을 가진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 지분도 수천억 원을 들여 사들였다. 최근에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분리해내는 수전해 기술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SK그룹은 수전해 설비인 전해조 제조 기술과 액화수소 플랜트, 수소충전소 건설 등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 플러그파워에 1조 6,000억 원을 투자했다. SK는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해 아시아 등에서 수소생태계 조성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기대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수소 원천 기술을 확보하려면 연구개발(R&D)에 최장 10년까지 걸리다 보니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라며 “수소경제가 본격화하려면 기업들이 원천적인 수소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R&D 등 지원을 해주며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밸류체인 구축·대량 생산체제 확보

대량생산 체계 구축과 이를 통한 수소생태계 밸류체인 선점도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SK그룹의 호주 가스전 지분 확보는 수소사업 밸류체인의 시작점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그룹 수소사업추진단장인 추형욱 SK E&S 사장은 “수소 생산의 원료가 되는 LNG를 장기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가격 경쟁력으로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최근 2030년까지 수소 생산·운송·저장·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수소사업 로드맵을 내놓았다. 해상 플랜트와 수전해 기술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수소 유통을 위한 수소운반선도 개발할 계획이다.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 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환원 제철 기술 개발에 10조 원을 투자하고 2050년까지 수소 500만 톤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모빌리티 중심 ‘K수소 동맹’ 확장

‘K수소동맹’ 체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심에는 모빌리티 기반의 현대자동차그룹이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대 그룹 총수와 연달아 만나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수소 모빌리티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수소 생산과 유통 등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 만큼 정 회장의 의지가 컸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포스코와는 그린수소 생산과 이용 관련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고, SK와는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에 힘을 모을 계획이다. GS칼텍스와는 수소충전소 구축에 협력하고 있고, LS일렉트릭과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구조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경쟁보다는 협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동맹도 등장했다. 효성그룹은 전 세계에 유통되는 액화수소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글로벌 화학 기업 린데와 협력하고 있다. 독일 린데는 미국 프렉스에어와 에어프로덕츠, 프랑스 에어리퀴드와 함께 상용 수소 액화 플랜트 제조 기술을 보유한 4개 기업으로 꼽힌다. 효성은 린데와 울산 용연공장에 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짓고 있다. 두산그룹도 수소 액화 플랜트 건설을 위해 에어리퀴드와 기술 제휴를 맺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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