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가 수소를 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전기로 바꿔 모터를 구동할 수 있는 것은 ‘연료전지’라는 장치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투입하면 공기 중의 산소와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와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다. 수송용뿐 아니라 발전용·건물용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소 연료전지 경쟁력은 수소자동차와 함께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두산과 포스코에너지는 미국의 퓨얼셀에너지·블룸에너지와 함께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을 선도하는 세계 4대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이 같은 위상은 연료전지 완성품의 이야기다. 특히 차량용의 경우 연료전지를 구성하는 스택·전극·전해질 등 부품 소재 영역으로 들어가면 아직 국내 기업의 위상은 초라하다. 허선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연구원은 “수소차의 경쟁력과 별개로 원천 기술력 미흡, 핵심 소재 부품의 높은 수입의존도는 국내 수소산업의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차량용 연료전지 내 수소이온교환막이라는 부품은 해외 기업인 듀폰과 고어·다우케미컬의 제품이 쓰인다. 수소와 산소가 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기체확산층도 해외 제품이다. 넥쏘의 경우 독일 SGL사의 제품이 들어간다. 현재 국내 기업이 국산화를 진행 중이지만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는 해외 의존 비중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산업구조가 무역 분쟁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높은 원가 구조로 인해 수소경제의 확산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원천 기술의 경우 해외 업체에 로열티를 지급하고도 안정적인 활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리스크도 있다. 이미 국내 연료전지 대기업이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 퓨얼셀에너지와의 갈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구개발(R&D)을 주도하기보다 오히려 민간 기업들이 주축이 되는 구조를 제안한다. 허 연구원은 “최근 2년 사이 정부가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해 건설법상 규제를 완화한다거나 수소법을 제정·발의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강화한데다 역량을 갖춘 대기업들이 수소경제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며 “현시점에는 정부가 R&D 과제를 개발하는 등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기업의 활동에 발맞추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허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금융 지원 등을 검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한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신기술연구소 소장은 “촉매제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부품 소재도 사실 국내 기업들이 상당 수준 개발한 상태”라며 “다만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공정 체계를 바꾸는 등의 투자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확보될 때까지 적용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인프라 구축 등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국산 기술의 도입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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