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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 8년간 대국민사과만 3차례...사내이사는 4명중 3명이 오너家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눈물의 사퇴'

전문경영인체제 표방했지만

'가족회의' 이사회 간섭 여전

CEO들 임기 못채우고 사퇴

이사회 정상화·지분매각 필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회장직 사퇴와 경영권 승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안경을 벗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 있다. /오승현기자




홍원식 남양그룹 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본인의 회장직 사퇴와 경영권 불승계를 선언하면서 회사의 발목을 잡아온 ‘오너가(家) 리스크’ 해소의 전환점을 맞았음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뒤따른다. 이미 남양유업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표방하며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CEO)에 앉히는 실험을 해왔지만 고질적인 오너가의 경영 간섭에 제대로 된 체질 개선에 실패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회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이사회의 정상화, 독립적인 전문경영인 체제의 구축, 홍 회장 일가 지분 처분 등의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홍 회장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4일 발표한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에 따른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사과, 2019년 외조카 황하나 사건을 수습하기 위한 홍 회장 명의의 사과문에 이어 8년 만에 세 번째 대국민 사과다.

이날 남양유업은 홍 회장이 서울 강남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장 중 한때 28.4%까지 상승하는 등 기업 이미지 개선의 신호탄은 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에도 홍 회장이 경쟁사 비방으로 수사를 받고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며 오너가가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홍 회장이 향후 경영 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후속 조치에 대한 의구심이 뒤따르고 있다.

사진 설명




남양유업에 당장 시급한 것은 이사회 정비다. 남양유업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홍 회장과 홍 회장의 모친 지송죽 씨, 홍 회장의 아들 홍진석 상무 등 오너 일가다. 특히 지 씨의 경우 1929년생의 고령으로 이사회 출석률이 0%인 탓에 사실상 사내이사로 어떠한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없다. 홍 회장이 2003년부터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와 전문경영인 체제가 구축됐음에도 홍 회장과 오너가가 회사 경영에 직접 개입할 수 있었던 원인이 이 같은 비정상적인 이사회의 구성이었던 셈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직 홍 회장과 홍 상무, 지 여사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지 여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추후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홍 상무는 회삿돈 유용 혐의로 현재 보직 해임된 상황임에도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제대로 된 구원투수의 영입도 중요한 과제다. 2018년 남양유업은 이정인 전 대표를 CEO에 앉히면서 첫 외부 인사를 수장으로 맞았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여 만에 물러났고 정통 ‘남양맨’인 이광범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이 대표도 3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이사 자리는 공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남양유업 조직 문화가 오너 일가에 초점을 맞춘 채 수십년간 운영돼 오다 보니 남양유업 내부에서 회사를 이끌어갈 인재를 발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독립성을 보장 받고 회사를 혁신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재 영입이 필요해 보이고 이를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의 독자 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진정성 있는 전문경영 체제 도입을 위해서는 홍 회장 일가의 지분 처분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주주로서 남아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회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지분 51.68%를 포함해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지난해 말 기준 53.08%에 달한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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