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기업 옥죄기’ 법안 가운데 하나인 중대재해처벌법과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법) 보완 입법이 지난 4월에 이어 5월 국회에서도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앞세워 관련 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뒤 경제 단체를 포함한 재계는 현장의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들어 꾸준히 보완 입법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에 이어 5월 임시국회에서도 인사 청문회와 국회 법사위원장 재배분 문제로 인해 민생 법안이 또다시 표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기업 규제 3법에 대한 보완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이 5월 상임위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7개 경제 단체는 4월 국회를 목표로 국회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완 입법을 요구한 바 있지만 5월 국회 일정조차 조율되지 않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재계는 주요 보완 입법 사항으로 고의범에게 적용되는 징역 하한형(1년 이상 징역)을 상한형(2년 이하 징역)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망자 범위와 경영 책임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면책 규정과 근로자 책임도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와 정부는 손실보상법 소급 적용 여부를 두고도 시점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반면 정부는 소급 적용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원이 한정적인데다 재난지원금과 중복 지급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재난 지원) 금액이 지금까지 13조 원 정도 되는 데 부족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는 소상공인이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그동안 소급 지원해온 것”이라며 사실상 소급 적용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달리 민병덕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소급 적용은 헌법 정신”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 역시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비대면 중소벤처’를 하나의 기업군으로 분류해 지원 근거를 마련하자며 여당이 발의한 법안이지만 당장 비대면 중소벤처기업의 범위조차 합의되지 않은 것이다.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면 중소기업의 정의가 무엇인지 아무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며 “기존 중소기업이 비대면 사업을 시작한 경우까지 포함할지, 아예 비대면 사업만 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할지 합의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복수의결권 도입을 핵심으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또한 ‘재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정의당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산자위 위원들은 지난달 공청회를 열어 벤처 현장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통과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업무 범위를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갈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6개월째 계류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기업 규제 3법의 보완 입법을 비롯해 민생 법안들이 이달에도 순탄히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새 지도부가 꾸려진 뒤 들뜬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전당대회를 한 달 정도 앞둔 국민의힘도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여야가 당권에 집중하는 느낌이 강해 5월 중에도 민생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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