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010060)가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가동 중단한 태양광 폴리실리콘 군산공장 설비를 아예 말레이시아 공장으로 떼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공세와 국내의 높은 전기 요금 등의 여건 속에서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 탈(脫)한국을 고민하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OCI는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을 면밀히 계획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언급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모듈이나 반도체 칩의 기본 단위인 웨이퍼 제조 기초 소재로 쓰인다.
OCI는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을 최종 결정할 경우 현재 가동 중단돼 있는 군산공장 설비(P2·P3)를 완전히 떼어가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OCI는 군산공장에서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 라인 3개(P1·P2·P3)를 가동해왔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폴리실리콘 값이 급락하자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국내 생산을 접었다. 폴리실리콘 제조에는 전기료가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높은 국내 전기 요금도 수익성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결국 P1은 반도체용으로 용도 전환했고 P2·P3는 가동을 중단했다. P1~P3 공장 건설에는 22억 달러(한화 2조 4 ,000억 원) 투자비가 들어갔다.
OCI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 시장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설이 진행된다면 군산공장 설비를 이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진행 중인 공정 효율화를 통한 생산능력 증대 작업(Debottlenecking)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증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 따라 폴리실리콘 수요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효율화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지 생산능력은 3만 톤에서 3만 5,000톤으로 늘어난다. 이 과정에는 군산 P3 설비 일부가 활용되고 있다.
익명의 한 애널리스트는 “폴리실리콘 수요가 늘어나며 업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군산 공장을 다시 돌린다고 해도 전기료가 워낙 높아 수익성을 맞추기는 어렵다”며 “말레이시아 생산 라인을 강화해 원가를 낮추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OCI가 P2·P3 라인을 P1처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지 않고 해외 이전에 무게를 두는 것은 해당 시장 자체가 이미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성숙해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수요 증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증설은 가격 하락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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