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실명인증계좌 제휴를 하지 않은 암호화폐거래소에서 하루에만 4조 원에 육박하는 거래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거래소는 오는 9월까지 은행과 제휴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고 정부도 거래소에 투자금 반환을 강제할 방법이 없어 대규모 투자금 지급 불능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 원화 거래를 다룬 거래소의 거래 금액은 원화 환산으로 44조 8,499억 원이었다. 이 중 은행과 제휴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을 제외한 10개 거래소의 거래 액수는 3조 9,038억 원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비중은 지난달 20일 10.87%에서 8%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거래 규모를 부풀리기 위한 거래소의 자전 거래, 거래 액수 조작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코인마켓캡에 등재된 곳 외에도 국내 거래소가 200여 곳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실명계좌 없이 거래되는 대금은 4조 원을 훨씬 더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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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특정금융거래법상 신고 접수 기한인 9월 24일 이후다. 은행이 당국의 눈치와 문제가 터진 뒤의 후폭풍 등을 두려워해 거래소와의 제휴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거래소의 줄폐업이 예상된다. 단순히 거래 수수료가 낮거나 영세 거래소의 이벤트에 이끌려 투자한 사람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이들이 투자금을 날릴 수 있다. 정부로서도 거래소에 투자금을 돌려주라고 명령할 권한이 없어 투자자는 거래소 운영자를 상대로 소송 등의 조치만 취할 수 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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