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AI)과 차량용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이 100점 만점에 60점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중국처럼 우리나라도 미래 반도체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와 공동으로 반도체 산업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차량용 반도체 설계 경쟁력이 선진국 대비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도 마찬가지였다. 반도체 생산성과 품질을 결정 짓는 후방 산업의 경쟁력을 낮게 평가한 것이다.
100명 중 85명은 각각 중국 정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집중 육성과 TSMC 등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집중 투자와 관련해서는 85%의 부정 평가 중에서도 30%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반도체 고급 기술 인력 수급 및 양성 시스템 부족(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글로벌 밸류체인 불안정(13.5%)’과 ‘소부장 글로벌 경쟁력 미비(12.3%)’가 뒤를 이었다.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가장 많은 23%가 ‘생산 시설 및 R&D 투자에 대한 과감한 세제 지원’을 지목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진전할 기술 분야에 대한 경쟁력 확보와 시스템 반도체 육성 차원에서 투자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세계 각국의 자국 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부 주도의 지원에 대응해 우리나라 정부도 ‘반도체 산업 발전법’을 발의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소자·설계·소재·부품·장비 등 전 분야에 걸쳐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생산 시설 투자 인센티브 지급, 환경·안전·건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운영, 전기·용수·폐수 처리 신속 인프라 지원 등을 주문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