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구가 서울에서 서울 인접 지역으로, 서울 인접 지역에서 더 먼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요가 가장 몰리는 곳은 말할 것도 없이 서울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주택 난민들이 연쇄 이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에서 먼 외곽 지역조차 집값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충남 천안 등 수도권 인접 지방까지 밀려 나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보면 충남 천안 아파트값은 최근 1년 4개월 동안 무려 15.09% 올랐다. 이들 외곽 지역은 조정 국면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주거비 때문에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가격 하락 리스크까지 안게 되는 셈이다.
◇밀려난 주택 난민에…경기 외곽도 ‘집값 급등’=6일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의 수도권 ‘권역별(과밀억제·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 인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과 인접 지역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서울 인구는 지난 2015년 1,022만 명으로 마지막 1,000만 명대를 기록한 후 5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 966만 명까지 떨어졌다. 수도권 중심부인 과밀억제권역 인구 또한 지난해 19년 만에 처음으로 1,800만 명대로 낮아진 1,898만 명을 기록했다. 반면 전체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2,600만 명을 돌파했다. 먼 외곽지역의 인구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 추이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6일부터 지난 4월 26일까지 경기·인천 지역 집값이 급등했다. 서울의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한 주택 수요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고양 덕양(29.7%), 의왕(27.1%), 인천 연수(26.3%), 용인 기흥(25.1%), 구리(25.1%) 등의 집값이 폭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집값은 2.09% 오르는 데 그쳤는데 집값이 너무 높아진 데다 공급 자체가 없어 신규 수요가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과 거리가 먼 탓에 비교적 수요가 적었던 경기 외곽 지역들 또한 최근 급격하게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인접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연쇄적으로 주택 수요가 외곽으로 옮겨간 탓이다.
성장관리권역에 속하는 남양주가 지난해 1월 이후 25.3% 올랐고 오산(22%), 김포(19.6%), 화성(17.3%), 파주(16.7%), 양주(15.1%) 등이 수도권 평균 상승치(12.8%)를 뛰어넘는 집값 흐름을 보였다. 각종 제약이 많아 투자 수요가 적은 자연보전권역에서도 광주가 14.3%나 오르는 등 ‘살 집’을 찾아 움직이는 주택 난민들의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집값 폭등’이 부른 부작용…거품 붕괴 위험도=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구 이동’을 급격한 집값 상승에 따른 여파로 해석하고 있다. 작장 등 생활 기반은 서울 중심에 두면서 집만 멀어지는 탓에 서민들의 주거 여건만 더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수도권 인접 지방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충남이다. 1년 4개월여 동안 천안 아파트값은 15.09% 올랐고, 아산도 9.52% 상승했다. 충남 전체로도 아파트값이 10.24% 올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수요자들이 집값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외곽으로 이동한 탓”이라며 “높은 주거비 때문에 주거 취약 계층 등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여전히 누구나 다 들어오고 싶어하는 곳인데 주택 관련 규제가 늘고 주택 공급이 멈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도권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여기에 지방에서 유입된 인구가 예전 같으면 서울 인근의 과밀억제권역 중심으로 몰렸겠지만 너무 비싸다 보니 성장관리권역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치솟는 주기비 때문에 먼 외곽을 택한 이들 주택 난민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 외곽 지역의 경우 향후 조정 국면 진입시 가격 폭락 등 거품이 빠르게 붕괴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도 안고 있는 셈이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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