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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카페] 렌털인 듯, 아닌 듯…삼성전자는 왜 '40조원 시장'의 우회로를 택했나

렌털 전문업체들과 잇따라 맞손

급성장 렌털시장 노하우 쌓고

렌털인력 관리 등의 부담은 줄이되

경쟁사 LG도 견제하는 묘책?

전략적 협업의 ‘기한’에 업계 관심

지난 4일 서울시 강동구 길동의 SK매직 브랜드 체험공간, 잇츠매직(it’s magic)에서 윤요섭(왼쪽) SK매직 대표이사와 강봉구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전략적 사업제휴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SK매직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전략입니다.”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4일 SK매직과 국내 렌털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전략적 협업에 나서자 업계서는 이 같은 평가가 이어졌다. 양 사의 협력을 두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윈-윈(win-win)하는 관계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도 들린다. 그와 동시에 글로벌 가전 공룡인 삼성전자가 국내 렌털시장을 바라보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시선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6월 교원 웰스를 렌털유통의 협력사로 선택한 이래 같은 해 7월 현대렌탈케어, 이듬해 2월에는 청호나이스에 렌털용 가전을 공급했다. 이전에도 소규모 렌털업체가 법인고객(B2B)으로서 삼성전자의 제품을 받은 이력은 있지만, 국내 렌털업계의 상위권 업체에 ‘렌털’을 위한 가전을 공급한 시점은 이 때부터다. 최근 협약식을 진행한 SK매직은 렌털 전문업체로서는 4번째로 삼성전자와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업체에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이른바 대형 생활가전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렌털업계 관계자는 “정수기와 비데와 같은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렌털사업을 펼쳐왔던 기존 렌털 전문업체들은 제품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막강한 기업이기에 렌털 영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렌털업체는 라인업 확장, 삼성전자는 매출 확대

대신 렌털 영업을 하고 방문관리 인력을 주기적으로 보내 고객관리를 하는 역할은 렌털 전문업체들의 몫이다. 렌털 판매의 핵심은 ‘주기적인 방문관리 혜택과 그에 상응하는 사용료 납부’에 있기에 삼성전자가 직접 렌털을 시작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도 렌털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2006년 3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렌털시장이 해를 거듭하며 팽창하면서 삼성전자도 변화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또한 2009년 정수기를 앞세워 렌털시장에 뛰어든 경쟁사 LG전자(066570)가 6,000억원대 매출(2020년 기준)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를 자극하고 있다.

교원그룹의 렌털 브랜드 웰스는 삼성전자 청소기나 에어드레서,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렌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홈페이지 갈무리




고민 끝에 삼성전자는 렌털 전문업체와의 협력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렌털 사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정수기나 냉장고 등에 소비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자가관리 시스템’을 넣는 대안도 마련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국내 빅2 가전회사라는 마케팅 파워를 내세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국내 렌털시장을 바탕으로 실적을 내는 ‘득’을 취하되, 방문관리 인력을 별도로 채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실’을 떠안지 않는 안전한 방법을 취한 것이라 분석했다. 특히나 재계 1위 기업이기에 노동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삼성전자가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방문관리 인력을 채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는 점이 렌털 직진출의 가로막는 강력한 요인으로 꼽힌다.

방문관리 인력 등 노무 문제, 여전히 ‘직진출’의 걸림돌

삼성전자와 렌털 전문업체의 전략적 협력이 순탄히 유지될 지를 두고 업계는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일각에서는 협력을 통해 렌털업의 특성을 파악한 삼성전자가 언젠가는 직접 렌털을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LG전자가 브랜드 파워와 제품력을 내세워 단기간에 업계 2위로 올라서는 모습을 목격한 이들은 삼성전자가 군침만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근거를 댄다. 렌털 간접 판매만으로는 시장의 과실을 제대로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협력했던 SK매직과 교원웰스, 청호나이스, 현대렌탈케어 등은 동지를 적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도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삼성전자의 유통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는 없다”며 경계를 계속하고 있다. 협약에 근거해 취급하는 삼성전자 제품을 자사 제품군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심에 찬 눈초리에도 삼성전자와 렌털 전문업체의 전략적 협업은 당분간 굳건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동의 적인 LG전자를 견제한다는 목적이 이들의 협력을 끌고 나가는 강력한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적의 적은 친구”라며 삼성전자가 우회 전략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자사는 렌털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아리송한 대답을 내놨다. 우회로의 끝이 어딜지, 렌털 업계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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