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달성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4월 30일 삼성전자(005930)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2년이 흐른 지금 한국 반도체는 1위를 향해 질주하기는커녕 되레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 비교해 격차가 더 벌어졌고 메모리는 후발 주자들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다. 팹리스(설계) 역시 흑자 기업을 손에 꼽을 정도로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민관 반도체 전략’을 대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사업부는 지난해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매출액 17조 3,1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TSMC의 매출액 454억 8,700만 달러(약 50조 7,271억 원) 대비 33.8%에 그친다. TSMC 대비 삼성전자의 매출(비메모리)은 2019년 37.8%였는데 그 비중이 1년 만에 4%포인트나 악화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삼성전자가 올해 약 4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대다수가 메모리에 집중돼 파운드리 투자 규모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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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를 지켜온 메모리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또다시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 기업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기옥시아 인수를 노리고 있다. 한국이 수위를 달리고 있는 낸드 분야에서 합종연횡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타도 K반도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이 전략적으로 협업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또다시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예고했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은 “반도체는 최우선 사안”이라며 “미국 정부의 500억 달러 투자 계획에 맞춰 민간도 500억~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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