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높은 수익률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돈나무 언니’라는 애칭을 얻은 캐시우드가 운용하는 ‘아크혁신ETF’가 증시 색채 변화에 수익률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5,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이 ETF 투자한 국내 투자자 중 다수가 처분에 나선 반면 조정을 기회로 삼은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어 성패에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금융 투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아크혁신ETF(ARKK)’는 최근 3개월간 25.36%, 연초 이후 10.39% 하락했다. ARKK는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대표 펀드로 파괴적 혁신을 이끌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테슬라(10.98%)와 텔라독(6.35%), 스퀘어(4.64%), 로쿠(4.61%), 쇼피파이(3.67%) 등의 성장주를 담고 있다.
지난해 상승장에서 이들 종목이 급등하며 ARKK 역시 우수한 성과를 냈고 추가 유입된 자금이 다시 랠리의 동력이 되며 ARKK는 지난해 152%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성장주의 부진과 이를 대신한 가치주의 약진’으로 요약되는 미국 증시 색채 변화로 ARKK의 수익률이 떨어지며 자금 이탈이 가시화하고 있다. 오를 때는 탄력을 더해줬던 ARKK의 소수 성장주 집중 포트폴리오과 막대한 자산 규모가 하락장에서는 낙폭을 키웠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유 종목 중 10개 종목의 유통 주식 10% 이상을 소유한 데 따른 비유동성과 주가매출비율(PSR)이 높은 성장주 위주의 구성이 조정 시 하락 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5일 이후 ARKK에서 유출된 자금은 15억 5,000만 달러”라며 “최근 미국 성장주 약세에는 아크인베스트먼트 ETF에서의 자금 유출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치주 장세의 배경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 확대다. 지난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1만 361달러까지 오르며 전 고가를 돌파했고 철광석도 톤당 5.1% 오른 212.25달러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주택 경기 호조로 목재 가격 역시 올해 들어서만 두 배로 뛰었다. 조 연구원은 ‘나무에 밀린 돈나무 언니’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구리·목재·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성장주 주가의 상승 흐름을 제한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조정을 틈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 한 주간 국내 투자자들은 ARKK를 1,394만 달러어치 매도했으나 매수 규모 역시 699만 달러에 달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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