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나라살림 적자(赤字)가 지난해와 비교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예산 지출을 줄이는 등 재정 건전성이 튼튼해진 덕분은 아니고 부동산거래 증가 및 연말 종합소득세 연부연납(세금 납부 시기 연기 혜택) 등으로 인한 일종의 ‘착시효과’에 따른 것이어서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5월호’에 따르면 올 1분기 국가 재정수지는 30조1,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이 기간 총수입은 152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조6,000억원 증가했다. 연초 세수(稅收) 계획 대비 실제 수입을 뜻하는 진도율은 31.5%에 이른다.
또 총수입 중 국세 수입은 88조5,000억원으로 전년(69조5,000억원)과 비교해 27% 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분기 세수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국세 양대축인 소득세와 법인세가 모두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국내 법인(12월 결산· 개별기준)의 총 영업이익은 6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 늘었으며, 이에 따라 이 기간 법인세 납부액도 지난해보다 3조9,000억원 늘어난 2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소득세도 이 기간 22조2,000억원에서 28조6,000억원으로 28%나 늘었다. 다만 개인의 고정 수입이 늘어난 영향은 아니고 주택매매거래 확대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늘어난 덕분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영세개인사업자에 대한 종합소득세 납부를 3개월 유예해 준 것이 1분기 수입에 잡혀 일종의 착시효과도 나타났다.
이 같은 국세 수입 확대에도 지출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재정수지는 적자를 나타냈다. 1분기 총지출은 총 182조2,000억원으로 10.5%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조치 및 소상공인 지원사업 확대에 따라 기금 지출이 전년 대비 14조9,000억원이나 늘어 지출 확대를 이끌었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적극적 재정집행을 통해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으로 경기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 1분기 국고채 발행액은 총 50조4,000억원이었으며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862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박재진 기재부 국채과장은 “올 들어 외국인들이 국고채를 11조 원이나 사들여 역대 최고 매수량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3월 기준 국고채 상장잔액 중 외국인 비중도 17.2%에 이른다.
외국인의 국고채 매수 확대는 한국시장의 매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향후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제 위기가 닥쳐올 경우 또 다른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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