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 이후 금속·곡물 등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파생상품과 상장지수상품(ETP)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구리·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은 당분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국내 개인투자자가 거래한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구리 선물은 128억 7,830만 달러(약 14조 4,147억 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원자재가 가격이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28억 2,098만 달러) 대비 4.6배 급증한 수치로 올해 1월(83억 2,037만 달러)과 비교해도 1.5배나 늘었다. 이 외에도 구리 미니(75.6배), 니켈(4.2배), 납(3.6배), 아연(2.4배), 알루미늄(1.4배) 등 해외 원자재 선물의 거래 대금이 지난해 3월 대비 크게 늘었다.
선물 시장은 원자재가 10년 만에 ‘슈퍼사이클’을 맞으면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 만기 구리 선물은 장중 1만 747.50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철광석·아연·알루미늄 등도 일제히 3월 이후 신고가를 찍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업황 강세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글로벌 교역 사이클이 원자재 랠리를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지속되며 유동성 효과와 함께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달 국내 증시에서도 원자재에 간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수익률 상위권에 대거 포진됐다. 이달 3일 이후 ‘대신 철광석 선물’은 24.09% 올라 ETP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과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H)’은 각각 13.90%, 12.83% 상승해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신한 옥수수 선물(9.58%)’ ‘대신 2X 아연 선물(H)(8.40%)’ ‘대신 2X 니켈 선물 (H)(6.14%)’ 등의 주가가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5년까지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5,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구리의 톤당 목표가를 2만 달러로 제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주요국의 친환경 전환 행보가 중장기적인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원자재, 특히 비철금속의 투자 확대를 추천한다”며 “신재생에너지로의 산업 변화는 비철금속의 구조적 수요 증가 요인이며, 특히 최근 구리 최대 광산국인 칠레의 봉쇄 조치 강화와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로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의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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