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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전날 삼성 불러 美, 투자압박 강도 높일듯

美 상무부가 주체, 구체적 반도체 계획 논의

삼성 美 파운드리 공장 투자 발표 임박한 듯

韓 배터리 회사들도 줄줄이 美 투자 속도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또다시 호출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 하루 전날인 20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를 반도체 회의석상에 불러들인 것은 미국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내라는 강력한 압박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기업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연대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주도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은 오는 20일 반도체 관련 회의를 주최하기 위해 주요 반도체 기업 등에 초대장을 보냈다. 미 상부무는 초대장에서 “반도체와 공급 체인 문제에 대한 열린 대화를 위해 칩 공급 업체와 수요 기업을 한데 모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상무부의 초청 대상 기업으로 삼성전자·TSMC·구글·아마존·제너럴모터스(GM)·포드자동차 등을 거론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의와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20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공장 입지를 두고 미국 텍사스·애리조나·뉴욕주 등과 장기간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2024년께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이 완공되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투자 결정을 늦추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조만간 국내에서 30조~50조 원 규모의 평택 P3 공장 투자 방안을 내놓는 데 이어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결정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인텔은 200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신설한다고 밝혔으며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애초 계획한 1개 공장을 최대 5개 늘려 총 6개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두 미국 정부의 투자 압박이 거세지는 데 따른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 배터리 업계의 미국 투자 계획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내에 복수의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와 별개로 GM과의 합작 투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반도체 밸류체인 강화를 선언하자 인텔과 대만 TSMC가 화답했듯 전기차 밸류체인 강화 선언에는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호응하고 여기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동참하는 흐름이다.

미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2025년까지 24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미국에 배터리 셀 공장이 없는 삼성SDI에 대한 미국 측의 투자 압박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기류는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 속에서 기업들을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등을 우리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의 ‘선물’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재계 일각에서 나온다. 총수 부재로 가뜩이나 투자 결정이 어려운 마당에 미국의 압박까지 더해지며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은 “벌써 1년 전부터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더 전략적인 자세로 반도체 외교전을 펼쳤어야 한다”면서 “정부와 기업 간의 팀플레이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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