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가 올 여름과 겨울 상여금(보너스)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실적 악화로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일본에서는 상여금이 기업들의 경기전망 바로미터(척도)로 여겨진다.
11일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전일본공수는 노조 측에 올 여름과 겨울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노조와 합의를 이룰 경우 1962년 이후 처음으로 여름과 겨울에 상여금을 주지 않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여름에는 예년 절반에 해당하는 1개월분, 겨울에는 상여금 지급을 보류했다.
전일본공수는 막대한 실적 악화로 고정비용을 삭감해야 하는 처지다. 전일본공수를 거느린 ANA홀딩스는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역대 최대 규모 손실인 4,046억엔(약 4조1,5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 기간의 ANA홀딩스 매출은 7,286억엔으로 전년 대비 63% 급감했다. 이 때문에 ANA홀딩스는 인건비를 포함해 총 3,000억엔 규모의 비용 압축을 계획하고 있다.
전일본공수와 함께 일본의 양대 항공사인 일본항공(JAL) 또한 나란히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일본항공(JAL)은 지난 7일 2020회계연도에 2,866억엔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의 매출은 4,812억엔으로 전년에 비해 65% 쪼그라들었다. 직전 회계연도에 480억엔의 흑자를 올린 일본항공이 연간 손실을 본 것은 2012년 재상장 이후로 처음이다. 특히 일본항공 측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과 세계적인 감염 확산으로 항공시장 상황을 합리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2021회계연도의 실적 예상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본 항공사가 수익을 낼 구석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전일본공수는 이달부터 국제선 기내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했다. 5월에는 총 3일, 6월 중엔 총 6일 만큼 결혼식 서비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결혼식 요금은 세금을 포함해 155만5,000엔(약 1,600만원)으로 책정됐다. 피로연까지 진행할 경우 300만엔으로 요금이 오른다.
결혼식은 이륙 전 지상 기내에서 열린다. 코로나19를 고려해 식사는 하지 않도록 하며 30명까지만 참석이 가능하다. 아사히신문은 “라이브 공연은 물론 승무원의 기내 축복 메시지도 서비스에 포함된다”면서 “공항에선 피로연을 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항공업계가 이 같은 이색 서비스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항공(JAL)은 지난해 해질녘과 밤하늘을 유람하는 상품을 지난해 내놓은 바 있다. 승객들이 해외여행을 가는 기분을 낼 수 있도록 하외이선 기내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전일본공수 또한 하와이 여행 기분을 내는 비행 상품을 지난해 선보였다. 승무원들과 승객이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일본 열도를 한바퀴 돌아 다시 착륙하는 것이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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