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스라엘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했다. 이번 FTA에 따라 우리나라는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부품 등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한·이스라엘 FTA에 정식 서명했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FTA를 체결한 최초의 아시아 국가다. 양국은 지난 2016년 5월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지난해 협정을 최종 타결했으며 이번에 최종 서명했다. 정부는 연내 발효를 목표로 남은 국내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유 본부장은 “한·이스라엘 FTA로 혁신 강국인 이스라엘의 원천 기술과 한국의 강한 제조업이 결합해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 간 FTA에 따라 한국은 전체 품목 가운데 95.2%에 해당하는 상품의 관세를, 이스라엘은 95.1%의 관세를 철폐한다.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이스라엘로부터 수입액 99.9%, 이스라엘은 우리나라로부터 수입액 100%에 해당하는 관세를 철폐한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의 주력 품목인 자동차(관세율 7%) 및 부품(6~12%), 섬유(6%), 화장품(12%)에 적용되던 관세가 즉시 사라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와 부품은 지난해 한국이 이스라엘에 수출한 금액 중 46.9%를 차지한다. 한국산 자동차가 2019년 기준 이스라엘의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15.2%)을 제치고 점유율 1위(17.6%)를 기록 중인 만큼 관세가 철폐되면 이스라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스라엘 관심 품목이자 우리의 민감 품목인 자몽(30%, 7년 철폐)과 의료 기기(8%, 최대 10년), 복합비료(6.5%, 5년) 등은 우리 시장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게 철폐 기간을 충분히 확보했다. 다만 한국이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에 대한 관세는 즉시 철폐된다. 전자 응용 기기 관세는 3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전자 응용 기기는 지난해 이스라엘 수입액 가운데 각각 17.6%, 16.0%를 차지했다. 산업부는 “반도체·전자·통신 분야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날 이스라엘과의 산업기술협력협정도 전면 개정했다. 기술협력협정은 1999년 체결한 우리나라 유일의 산업기술협력 조약으로 이를 바탕으로 양국은 2001년부터 공동연구개발기금을 조성해 공동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개정에 따라 공동 R&D를 위한 각국 출자 금액은 기존 2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로 늘어나며 개별 과제에 대한 정부의 최대 지원 비율은 기존 50%에서 70%로 상향 조정된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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