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 씨의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다. 실종 당일 함께 술을 마셨던 손 씨의 친구 A 씨가 홀로 한강 경사면에 누워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도 새로 확보됐다.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있었던 사고 당일 오전 3시 38분부터 A 씨만 홀로 발견됐던 4시 20분께까지 40분간 사라진 손 씨의 행적을 파악하는 게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13일 서울경찰청은 전날 손 씨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감정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국과수는 손 씨의 머리 부분에서 발견된 2개의 상처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손 씨의 사망 시간대가 음주 후 2~3시간 이내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마지막 음주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사망했다는 의미”라며 “연구 논문을 근거로 국과수에서 결론 내린 것일 뿐 절대적 시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손 씨가 실종된 지난달 25일 오전 4시 20분께 친구 A 씨가 혼자 한강에 인접한 경사면에 누워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금까지 6개 그룹, 목격자 9명을 조사한 결과 손 씨와 A 씨가 사고 당일 오전 2시부터 3시 38분까지 한강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같이 누워 있거나 구토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다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중 한 목격자가 두 사람의 마지막 목격 시점으로부터 40여 분이 흐른 오전 4시 20분께 “친구 A 씨가 혼자 가방을 메고 잔디 끝 경사면에 누워 잠든 것을 확인하고 깨웠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시 현장에 손 씨는 없었으며, 목격자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목격자는 자신의 일행을 찾다가 A 씨를 발견하고는 물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한 위치라 깨웠고, 그를 깨운 뒤 한두 마디 대화를 나누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가 A 씨를 발견한 장소는 손 씨와 술을 마시던 잔디밭 돗자리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손 씨와 A 씨는 지난달 24일부터 25일 새벽까지 편의점에서 세 차례에 걸쳐 360㎖ 소주 2병과 640㎖짜리 페트병 소주 2병, 청하 2병, 막걸리 3병 등 모두 9병을 구매했다. 다만 손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유족에게만 알렸다며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손 씨 아버지 손현 씨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어제 공개된 2시께 사진을 보면 (아들이) 많이 취해 있는데 그 정도 수치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에서는) 사고 당일부터 시신 발견까지 5일이 지나서 혈중알코올농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얘기 들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손 씨와 A 씨의 행적이 파악되지 않은 오전 3시 38분부터 4시 20분께까지 이들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시간대 한강공원을 출입한 차량 총 154대를 특정해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출입한 사람들에 대해 일일이 탐문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탐문 도중 굉장히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제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 노트북과 A 씨 어머니의 휴대폰, 이들 가족이 당일 현장에 타고 온 차량 내 블랙박스를 확보해 포렌식 분석을 마쳤다. 또 12일에는 A 씨를 다시 불러 프로파일러 면담도 진행했다. 경찰은 특수 장비를 가진 해군의 지원을 받아 A 씨의 휴대폰을 찾는 수색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에 관계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가 목격자 조사 등을 통해 사고 당일 현장 재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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