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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새 먹거리 사모대출 채비 나서는 사모펀드들

급전 필요한 기업 고금리 담보대출 등 틈새 노려

해외 운용사 독식…법 개정으로 국내 참여 늘어날 듯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사모신용펀드(Private Credit Fund·PCF)를 만들어 대출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10월부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대출 문호가 열리면서다. 운용사는 중수익을 추구하며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얻고, 기업은 금융기관이 거절한 대규모 여신을 사모펀드에서 받을 수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직접 대출하는 대신 운용사를 거쳐 참여할 수 있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레딧 펀드를 출범한 VIG파트너스는 기업 담보대출을 주 전략으로 내세웠다. 단기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상대로 부동산과 재고상품 등 동산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갑자기 재무상황이 악화해 은행에서는 대출을 받지 못하고 저축은행 등에서는 대출 규모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이 대상이다. VIG크레딧 펀드를 이끌 한형환 전무는 전 직장인 골드만삭스에서 쿠팡 물류센터 담보 대출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골드만삭스 특수상황그룹(SSG)는 2017년 쿠팡의 물류센터 2곳에 3,000억 원을 연 7% 금리로 대출해줬다. 물류센터와 그 안에 재고 상품까지 담보로 잡아 담보 가치를 5,000억 원으로 판단했다. 골드만 삭스는 대출채권을 두 종류로 나눠 연 4%대 금리를 받는 선순위 채권은 국내 은행 등에 되팔고 연 8.5% 금리를 받는 후순위 채권만 보유했다.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물류창고과 재고를 팔아 원리금을 확보하는 구조다. 은행은 쿠팡 물류센터에 직접 대출하는 것은 거절했지만 골드만 삭스의 신용이 보강된 선순위 대출에는 참여했다. 지금까지 이런 구조의 거래는 골드만 삭스 SSG를 비롯해 싱가포르투자청(GIC)·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등 해외 운용사의 전유물이었다. VIG가 국내 사모펀드로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셈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만든 IMM크레딧솔루션은 LG화학과 펀드를 조성하고 SK루브리컨츠 소수지분 투자에 성공하는 등 사모신용펀드 분야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IMM크레딧솔루션은 기존 펀드와 달리 7%대의 중수익을 추구한다.



LG화학은 IMM크레딧솔루션이 운용하는 4,000억 원 규모 펀드에 1,500억 원 가량 출자해 배터리, 친환경 관련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IMM크레딧솔루션은 1조 1,000억 원 규모의 SK루브리컨츠 지분 40% 인수를 위한 블라인드 펀드를 설정했다. IMM크레딧솔루션은 일반 사모펀드보다 기대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SK루브리컨츠 지분 인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었다.

자본시장법 개정 전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대출이 금지되고 한국형 헤지펀드만 가능했다. 그러나 10월부터는 둘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경영참여형 국내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사모신용펀드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사모신용펀드는 기존 경영참여형 펀드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낮은 대신 펀드 설정 기간이 짧아 자금 흐름이 원활해진다. 기관투자자는 단기간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운용사 역시 투자 건별로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인 메자닌이나 자산담보부 증권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자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주력하는 대규모 주식담보대출인 인수금융 시장과도 추구 수익률이 달라 경쟁이 적어서 앞으로도 사모펀드들의 진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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