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에서 회복하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에 휩싸이자 한국은행도 하반기 기준 금리 인상 압박을 크게 받는 모습이다. 국고채 금리가 연중 고점을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는데 기준금리만 계속 동결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값 상승 등 공급 측면에서 촉발된 물가 상승이 백신 보급 등으로 인해 소비 증가 등 수요 측면까지 자극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4.2%)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히 한은 목표치(2.0%)를 훌쩍 넘은 2.3%로 3년 8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물가 상승률이 낮았던 기저 효과에 유가 등 원자재와 농축수산물 가격의 이상 급등에 따른 ‘일시적’ 측면이 강하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쉽사리 수긍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물가가 뛰면서 예상보다 긴축의 시점이 앞당겨지면 대출을 가진 차주들의 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기준금리와 시중금리가 따로 오르며 대출금리를 자극하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가 1년 가까이 0.50%로 동결 중인데도 시중금리가 오르며 지난 3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2.88%까지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이 공급에 수요까지 가세해 쌍끌이로 폭발할 가능성에 한은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기대 인플레이션이 2%를 넘은데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펜트업(지연·보복) 소비’까지 더해지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최근 민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백신 보급 확대로 7월부터 거리 두기 완화가 검토되자 한은 내부에서는 “하반기쯤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800조 원을 넘어선 자영업자의 부채 등을 고려할 때 회복조차 더딘 취약 계층이 금리 인상 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조기 금리 인상은 만만치 않은 측면이 있다. 정부도 ‘인플레 공포’가 선제적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가져올까 우려하는 목습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점검 회의를 열고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향후 주요 경제지표 발표 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경제 상황 급변에 긴장도가 높음을 시사했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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