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의혹이 감찰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에 착수했다. 검사를 직무 배제하기 위해서는 일단 징계 대상인 비위 행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감찰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지검장 거취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기소 등 검찰 행보에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13일 “이 지검장의 ‘수사 외압’ 의혹이 감찰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헌정 사상 첫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직무 배제 여론이 잇따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연대(법세련)는 이날 법무부에 이 지검장을 직무 배제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사징계법 8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해임·면직·정직 사유에 해당해 징계 청구가 예상되는 검사의 직무집행 정지를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절차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비위가 감찰 대상인지에 대한 대검 내부의 판단이 전제 조건이다. 이 지검장이 수사 외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무조건 직무에서 배제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앞서 박 장관도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과 직무 배제, 징계는 별도의 절차이고 제도”라며 이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대검이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 배제를 요청해도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정권자인 박 장관이 이 지검장에 대한 대검의 행보에 연일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이날 이 지검장을 수원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한 점에 대해 “관할을 맞추기 위한 억지 춘향”이라고 비판했다. 표면적으론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한 불만으로 읽힐 수 있지만, 이를 승인한 대검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반면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 배제에 대해선 “쉽게 결론 낼 문제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검이 이 지검장에 대한 감찰 착수 후 직무 배제 청구를 강행한다면 법무부와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기획 사정 의혹’ 사건에 대해 이날 회피·이해관계 신고를 했다. 이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으로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긴 데 따른 것이다. 이 지검장은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 의해 재판에 넘겨지면서 ‘이해 충돌’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윤리강령·검찰청공무원행동강령 등에 따르면 검사는 본인의 이해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회피해야 한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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