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최저임금이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되더라도 폐업을 고려하는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25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많았다. 15∼20% 미만 인상될 경우에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26.7%로 뒤를 이었다. 고용원이 없거나 가족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자영업자 중에서는 40.6%가 폐업을 고려하는 한계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한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53.9%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을 5∼10% 또는 10∼15% 인상할 경우에는 각각 11.8%가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한경연은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53.1%는 시간당 8,720원인 현재의 최저임금이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72.2%를 차지했다. 이에 한경연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최저 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응한 자영업자의 23.6%는 지금 이미 판매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1∼5% 미만으로만 인상돼도 가격 인상을 고민하겠다는 응답이 27.2%를 차지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해결돼야 할 문제를 묻는 질문에는 경기회복(33.4%)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코로나19 종식(31.5%), 정부 자영업자 지원 확대(19.6%), 최저임금제도 개선(14.7%)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45.7%로 가장 많았고,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은 16.2%였다. 1∼5% 미만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22.5%였다.
아울러 한경연은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자영업자 중에서는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비중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의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는 최저임금 환산에 적용하는 노동시간에서 주휴 시간을 제외해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지역별·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음으로 많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은 2018년 말부터 고용을 줄이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이제는 버티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