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를 완전 인수한다. 이번 인수합병(M&A)이 마무리 될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사업 비중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지분을 완전히 인수방안을 확정하고 키파운드리 측에 협상 의사를 밝혔다. 현재 키파운드리는 자문사 선임을 마치고 관련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성장한 파운드리 업체다. 1979년 LG반도체에서 1999년 현대전자와 합병한 하이닉스 반도체로 한 차례 이름을 바꾸었다가 2004년 하이닉스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메모리 부문만 떨어져 나가 매그나칩 반도체가 되었다. 키파운드리는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충북 청주의 파운드리 생산라인만 떼어내 국내 사모펀드가 조성한 펀드에 매각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펀드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0% +1주와 49.8%를 출자했다. 다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결정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글로벌 반도체 쇼티지 여파로 가치가 올라간 8인치(200mm) 웨이퍼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해석된다. 메모리반도체에 특화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12인치의 경우 이미 앞서나가고 있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005930)와 경쟁하는 것이 버거울 뿐만 아니라 8인치 시장도 커지고 있어 투자에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8인치 제품 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8인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만 UMC, VIS 등은 지난해 4분기에만 관련 제품 가격을 10~15% 인상했는데 올해에는 20% 이상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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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치 파운드리는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널리 활용된 반도체 생산 기술로 12인치보다 웨이퍼보다 크기가 작아 원가가 덜 드는 대신 초미세공정이 불가한 단점이 있다. 파운드리 선두권 업체인 삼성전자나 TSMC가 12인치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도 8인치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발생한 시스템반도체 쇼티지 현상이 차량용 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등 8인치 공정에서 주로 생산되는 제품으로 번지면서 관련 업체들이 수혜를 누리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8인치 파운드리를 대표하는 DB하이텍(000990)이 역대급 호실적을 내고 있다. DB하이텍은 최근 발표한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액이 2,437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아 경기도 부천과 충북 음성에 위치한 2개 공장을 모두 풀가동하고 있어 DB하이텍의 호실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8인치 파운드리 기업들이 생산장비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8인치 기기가 부가가치가 떨어져 생산을 대부분 중단한 상황이라 새로 공장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중고 장비를 사와야 한다. 그런데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을 계기로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강화되자 중국 기업들이 미국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8인치 싹쓸이 수준으로 매집하고 있는 상황이라 가격은 더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재 DB하이텍은 신규 공장 투자를 주저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는 생산시설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 꼽히고 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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