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통제에 자신감을 보인 중국 당국이 고강도 경기 부양책에 나서면서 폐쇄됐던 공장이 전면 재가동되자 중국발 미세먼지가 또다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이슈가 다시 부각하면서 세계 최고의 미세먼지 저감 기술력을 보유한 리트코가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양방향 전기집진기 개발 기업인 리트코는 지하철의 터널과 승강장 및 열차 내부에서 발행하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전기집진 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라서 있다. 업계에서는 양방향 전기집진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경제와 만난 정종승 리트코 회장은 “우리나라는 미주나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지만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리트코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양방향 전기집진기 방식의 미세먼지 제거 기술은 대한민국이라는 삶의 터전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리트코는 10여 년 전부터 도로 및 지하철 본선터널과 역사 환기구 등의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제거하는 전기집진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서울도시철도공사와 대구도시철도공사, 베이징지하철에 시범 설치하는 등 국내외 지자체와 공공 기관에 제품과 시설을 공급해왔다. 리트코의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터널 환기구에 설치해 열차 진입 시 발생하는 바람으로 터널 내 공기를 외부로 반출하고 열차가 통과한 뒤 터널 내부로 유입되는 자연 환기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정 회장은 “리트코의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발전소나 공장 보일러의 후단 덕트에 설치해 고농도의 굵은 먼지를 제거하는 집진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기술을 보유한 외국 기업 2~3곳이 있었지만 모두 도로 터널에만 적용됐다”며 리트코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강조했다.
리트코가 개발한 양방향 전기집진기 자체의 효율은 90~99%에 달한다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리트코가 시범 사업을 통해 측정한 결과 수천 개의 환기구 중 단 3개소에만 집진기를 설치했지만 수십m 떨어진 지하 터널에서 약 16%, 주변 역사에서는 약 10%의 미세먼지 저감 효율이 나타났다. 이후 19개소에 시범 설치했을 때에도 30%가량의 미세먼지 저감 결과가 나왔다. 정 회장은 “시범 사업 당시에는 자연 환기를 사용했다”며 “송풍기를 가동해 인위적으로 바람을 일으킨다면 10배 이상의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과 고속철도 내의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상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미세먼지가 역사 출입구와 본선 환기구를 통해 유입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하루에도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다중 이용 시설인 고속철도와 지하철에 가장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존재한다”며 “지하 역사 대부분이 미세먼지 필터 시스템을 통해 정화된 공기를 공급하고는 있지만 본선 급기 환기구는 미세먼지 정화 장치가 없어 도로변 미세먼지가 터널로 무분별하게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전국의 고속철도와 지하철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장의 미세먼지를 직접 포집해 제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지하철 환기구에 미세먼지 저감 장치를 설치하면 터널 내부는 물론이고 지상의 미세먼지까지 한 번에 저감시킬 수 있다. 신규 철도와 지하철 환기구를 설계·건설하는 단계에서부터 집진 설비를 채택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다.
리트코가 개발한 양방향 전기집진기에는 정 회장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한 집요한 관심과 기술 개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리트코는 지난 2009년부터 기존에 보유했던 도로 터널 환기 기술을 바탕으로 지하철 터널 환경에 맞춘 기술을 실험하고 개선하는 혹독한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다. 기술 특성상 ‘터널’이라는 실험 현장이 없으면 개발 자체에 착수할 수조차 없기 때문에 대구교통공사와 공동으로 개발에 나섰다. 독창적인 신기술 개발에 성공한 리트코는 현재 전기집진기 관련 특허 30건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한국도시철도학회가 주관하는 도시철도 운영기관 기술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행정안전부 주관 대한민국 안전기술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대한민국 환경대상 대기 부문 대상도 차지했다. 납품 실적도 꾸준하다. 2019년 대구도시철도공사의 발주를 받아 진행한 양방향 전기집진기 시범 설치를 시작으로 서울과 부산·대구·광주 등지에 모두 85개소를 설치했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에는 21개소 설치를 협의 중이다.
1995년 설립한 리트코를 연매출 800억여 원의 기업으로 키워내는 데는 정 회장의 기술 개발 집념이 토대가 됐다. 회사를 처음 설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 전 세계를 누비며 당시 첨단 기술을 한국으로 들여오기 위해 노력했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업력도 적고 기존 실적도 없어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며 “해외 유수의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리트코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며 기술협력을 이끌어내려 애썼다”고 말했다. 당시 독일 등에서 선진 기술을 들여오는 데 성공한 정 회장은 이후 남산 1호 터널과 영동고속도로 보수 공사에 참여해 국내 최초로 지능화된 환기 시스템을 선보였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적도 있었다. 정 회장은 “1998년 당시 외환위기로 환율이 뛰자 원자재 값도 함께 올랐다”며 “대기업이 발행해준 어음도 전부 부도가 나면서 당시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을 들은 독일 측 관계자들이 한국에 방문해 돈이 생기면 나중에 갚는 조건으로 원자재를 무상 제공했다”며 “회사 설립 이후 몇 년간 해외 파트너들과 꾸준히 쌓았던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련을 이겨낸 리트코는 해외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현지법인을 둔 리트코는 메카 성지에 위치한 도로 터널 60개의 유지 보수, 설비 교체 사업을 2015년부터 5년간 진행한 끝에 완료했다. 수도 리야드에서는 1,000억 원 규모의 지하철 내부 기계와 전기 설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6월에 완료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샤자라는 산악 지역에 있는 터널 10곳에 매연 측정 및 환기설비, 발광다이오드(LED), 소방 설비를 준공했으며 현재 유지 관리까지 맡고 있다. 2018년 처음 진출한 인도 델리 근처 러크나우라는 지역에서는 100억 원짜리 지하철 기계, 전기공사를 완료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 유수의 경제력을 갖춘 만큼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미세먼지 관련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 국내 공기질을 더욱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는 시설을 적극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e is… △1956년 공주 △1975년 경동고 졸업 △1983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LG-HONEYWELL 해외조달팀장 △1991년 로얄테크 설립 △1995년 리트코 설립 △1997년 델타컨트롤스 기술자문 (캐나다 델타사) △2007년 수원대 토목공학과 석사 △2007년 사단법인 Clean Sys 환경측정기 협회 이사 △2008년 소프트웨어산업협회 임원 △2010년 수원대 대학원 경영학과 박사 △2018년 환경부 우수환경산업체 지정(양방향 전기집진 시스템) △2020년 제15회 대한민국환경대상 대기 부문 대상
[CEO&STORY] "미세먼지 예산 한해 수백억 쏟지만…대중교통에 효율적 예산 집행 절실"
친환경 자동차·공사장 먼지 저감 등 집중
지하철 내 미세먼지 제거 시설엔 소홀
양방향 전기집진기 활용 대폭 늘려야
“한 해에만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 관련 예산이 수백억 원 편성됩니다. 하지만 현재 미세먼지 정책의 대부분은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다 효율적인 정책 실행과 예산집행이 이뤄진다면 미세먼지 문제는 빨리 개선될 수 있고 시민들이 원하는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환경 인프라도 조속하게 구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종승 리트코 회장은 국내 미세먼지 대책에서 부족한 부분으로 효율적인 정책과 예산집행을 꼽았다. 친환경 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공사장 먼지 저감 등 미세먼지의 오염원을 줄이는 정책에 사용하는 예산 규모는 크지만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매일같이 이용하는 지하철 내 미세먼지 제거 등 일상생활 속 미세먼지 저감에 사용되는 시설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각 300억 원씩 총 600억 원을 투입해 지하철 터널 128곳에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리트코는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내 지하철 환기구 19곳에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설치했다. 지난해 6월 열린 ‘서울시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추진단 자문회의’에서는 “양방향 전기집진기 사업의 확대 추진이 가능하다”는 발표가 나왔다. 하지만 총 600억 원이 책정된 미세먼지 저감 사업은 올해 5월 현재까지도 여전히 공전하고 있다. 리트코가 수주한 미세먼지 저감 사업 관련 예산집행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리트코가 미세먼지 저감 사업에 선정된 것에 대해 경쟁 업체에서 공모를 무효화해달라며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과 서울시 감사위원회 모두 특혜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사업 시행 조율이 미뤄지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2월에서야 조달청에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한 발주를 의뢰했다. 서울시는 나머지 예산 210억 원을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집행이 미뤄지면서 사업을 수주한 리트코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리트코는 사업자 선정 이후 관련 설비를 추가 매입하는 데 90억여 원을 투자했고 직원 50여 명을 추가로 채용했지만 예상과 달리 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결국 구조 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정 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소만 잘해도 미세먼지를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도로·터널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열차가 달리면서 발생시키는 바람에 의해 지속적으로 역사·객차 내부로 유입될 뿐만 아니라 체공 시간이 긴 미세먼지의 특성상 청소만으로는 제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이상 모든 리스크를 걸고 지하철 터널에서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잡아낼 수 있는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만큼 이제는 관련 사업이 합리적으로 진행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