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시장을 겨냥한 OS(운영체제) 통합에 나선다. 하드웨어 개발에 강점을 가진 삼성과 세계 최대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구축한 구글이 협력해 웨어러블 선두주자인 애플에 맞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18일(현지 시간) 연례 개발자회의 ‘구글 I/O(Input/Output)’에서 웨어러블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Wear OS’가 올해 말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 삼성과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Wear OS와 기존 삼성 OS인 ‘타이젠’을 합쳐 하나의 몸통이 되는 것이다. 구글은 “우린 삼성과 오랜 협업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양사는 각각의 장점을 결합해 더 빠른 성능, 길어진 배터리 수명을 비롯해 사용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앱들을 더 많이 스마트워치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삼성과의 통합 OS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우수한 웨어러블용 앱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구글, 삼성만이 아니라 모든 기기 제조사는 (통합) 플랫폼에 맞춤형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개발자는 단일 플랫폼 생태계 안에서 이미 익숙한 안드로이드 도구를 사용해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점 덕분에 사용자 또한 어떤 기기를 구입할지, 어떤 앱과 스마트워치 화면을 표시할지 등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구글은 앞으로 구글 앱 마켓 플레이스토어에 웨어러블 전용 새로운 앱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구글 지도와 구글 어시스턴트 디자인이 리뉴얼되고 구글 페이는 새로 개선해서 기존 11개국 외 26개국에 추가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라며 “유튜브 뮤직도 올해 말 웨어러블 버전이 추가 돼 가입자들이 이동 중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구글에서 자체 개발한 앱뿐만 아니라 러닝 측정 앱 ‘스트라바’, ‘아디다스 러닝’과 이모티콘 앱 ‘빗모지’ 등 구글·삼성의 통합 플랫폼에 맞춘 버전의 앱들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삼성은 그동안 리눅스 기반의 타이젠을 웨어러블 OS로 적용해 왔다. 그러나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대비 앱 생태계 측면에서 열악하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됐다. 타이젠에 연동할 수 있는 앱 종류가 부족한 탓에 실행 가능한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것이다. 예컨대 갤럭시워치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전용 앱이 아직 없다. 최근에는 삼성이 차기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4’와 ‘워치 액티브4’에 타이젠 대신 안드로이드를 탑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삼성 입장에서 웨어러블 시장은 스마트폰, 노트북, 이어폰 등에 이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영역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웨어러블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했다. 기기 출하량만 1억5,350만 개에 달한다.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36.2%를 차지하며 1위이고 중국의 샤오미(8.8%)에 이어 삼성이 8.5%를 기록해 3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4위는 화웨이(6.7%)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구글의 OS 통합은 워치 부문 애플과의 싸움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쓸 수 있는 앱이 많아져 갤럭시워치에 대한 구매 매력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웨어러블이 갤럭시폰을 비롯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의 연동성도 높아지며 다른 전자기기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익 bee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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