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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교수 "자원 불평등 없는 수소경제, 화석연료와 달라…富 재분배 가능" [서울포럼 2021]

■특별강연-스티글리츠 교수 인터뷰

'신재생' 누구나 생산자 될 수 있어…모든 국가에 이득

저탄소 전환 위해선 공공투자 등 '패키지 정책' 필요

민간 기업들도 ESG에 활용해 녹색경제에 기여해야


‘수소경제’는 저탄소 시대의 핵심 기술은 수소가 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투자하는 정책이다. 여기에는 친환경 시대는 당연히 맞이하게 될 미래라는 인식이 전제로 깔려 있다. 다만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수소경제를 떠나 당장 저탄소 경제로 전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저탄소 시대로 갈수록 경제적 측면에서의 비용 증가나 생산성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러나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경제에, 그리고 일반인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석학인 그는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친환경을 표방한 수소경제가 모든

지난 2015년 10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가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가에 경제적 이득이 된다고 진단했다.

그가 이같이 낙관하는 것은 친환경 관련 기술의 비약적 성장 때문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3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식으로 경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묻지조차 않았지만 일단 이 문제를 생각한 후 이뤄진 진보의 속도는 놀라운 수준”이라며 “이 같은 혁신에는 모두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새 시대를 열 실질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특히 저탄소 시대가 부(富)의 증가는 물론 세계적인 부의 재분배를 촉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기존의 대형 발전소와 달리 신재생에너지 시대에서는 누구나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다”며 “세계는 화석연료 소유자들에게 부가 집중되던 경제에서 벗어나 경제력 분권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친환경 시대에 민주주의가 보다 확산될 것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금 석유나 석탄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지역에 집중돼 있고 이런 자원을 가진 나라는 ‘자원의 저주’라 불리며 대체로 권위주의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적어도 햇빛은 석유보다 더 많은 곳에 분포돼 있고, 에너지 권력이 분산되면 더 큰 평등과 더 큰 민주주의로 향하는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다만 수소경제와 같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대응은 시장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봤다. 일종의 ‘공공재의 비극’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기가 오염되면 모두가 고통받지만 깨끗하면 모두에게 득이 된다”며 “그런데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면 누구도 깨끗한 공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결국 탄소경제를 넘어서는 문제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임승차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깨끗한 공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개개인 모두가 친환경 자동차로 바꾸거나, 에너지 고효율 주택에서 거주하거나, 아니면 대체육을 먹는 식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식으로 그는 △인프라 투자 △규제 △탄소세를 이용한 ‘일종의 패키지’를 제안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우선 탄소세와 관련해 “가격 시스템의 원리를 고려하면 그동안 탄소를 배출하는 가격은 ‘제로’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탄소 배출에 가격을 책정하면 ‘어떻게 하면 탄소를 절약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데 창의성과 혁신을 더하는 것이 바로 탄소세를 이용한 가격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만약 갑자기 탄소 배출 가격을 1톤에 125달러 등 급하게 올리면 특정 산업이나 계층에서 과도기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에 장기적으로 정부는 친환경 대중교통 체계나 에너지 고효율 주거 등에 대한 공공투자를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와 함께 “보다 속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나 가솔린 자동차의 금지 등 규제도 한 방식”이라며 “이것이 내가 규제·탄소세·공공투자가 함께하는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연구개발(R&D) 지원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로 꼽았다. 그는 “연구와 혁신을 장려하는데 있어 정부가 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이 있다”며 “바로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 이러한 모험적인 연구에 뛰어든 연구 기관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40년 전 반도체에 대한 우리 정부의 R&D 투자 결정이 지금 성공한 점을 사례로 들며 수소경제에 대한 투자 정책을 높이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수소가 저탄소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수소는 매우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이며 인상적인 발전을 이뤄온 분야”라면서 “강한 햇빛이 있는 곳에서는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포집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전기로 쓸 수 있는 환상적인 기술”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그는 “한국은 수소도시·수소연구 등 많은 논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수소경제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을 치켜세웠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재정을 확장하는 지금이 녹색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각국 정부가 돈을 쓰면서 그 자금이 녹색 전환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며 “이를테면 민간 부문에 자금을 투입할 때 수혜자가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식”이라고 했다. 실제 프랑스 정부는 항공사에 돈을 지원해주면서 조건으로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업 차원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통해 녹색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은행의 경우 기존에는 위험 자산에 대출을 피하는 수준을 ‘좋은 경제학’이라고 불렀다면 이제는 오염을 발생시키는 생산 활동에 자금을 대지 않는 식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며 “결국 탄소 제로로 가는 길은 180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고, ESG는 이 같은 움직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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