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사모펀드(PEF)에 매각되는 매그나칩 반도체가 국내 연구개발(R&D) 및 인력 확충, 생산 시설에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및 국내 고용 단절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매각 자금으로 국내에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매그나칩은 19일 오는 2025년까지 서울·청주 등 한국 R&D센터와 구미 생산 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향후 5년 동안 국내 R&D센터 기술 개발 및 연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약 3,4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현재 국내에 집중된 고객층을 아시아 신흥국 및 유럽·미국 등 선진국 시장까지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매그나칩은 서울과 청주에 R&D센터가 있고 구미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데 이번 매각을 통해 유치한 자금으로 국내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구미 공장에 380억 원을 투자했고 향후 930억 원을 더 쓸 예정”이라며 “R&D 투자 비용 3,400억 원에 각종 마케팅 비용과 국내 생산 인건비, 원료, 가공비 등을 포함하면 5년 동안 한국 경제에 지출하는 돈만 2조 원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그나칩은 과거 하이닉스반도체 비메모리사업부를 모체로 하는 회사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과거 파운드리 사업부를 함께 갖고 있었지만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와 SK하이닉스 등에 매각했고 지금은 디스플레이와 전력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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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나칩의 주주는 대다수가 미국 현지 투자 회사와 소액 주주들인데 최근 이사회가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에 회사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해당 딜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매그나칩이 보유한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DDI)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당 기술의 국가 핵심 기술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통해 매그나칩 보유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된다고 판단할 경우 매각 거래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매그나칩은 회사 매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기술 유출 우려와 관련해 와이즈로드캐피털은 재무적 투자자일 뿐 회사 경영에 관계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2002년 하이닉스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에서 분사됐다가 중국 BOE에 매각된 후 기술만 빼앗기고 재매각된 하이디스와 같은 전철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하이디스는 기업이 경쟁사에 팔린 것이고 우리 딜은 사모펀드가 사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며 “하이디스와는 전혀 다른 케이스”라고 강조했다.
와이즈로드캐피털에 대해서도 본사가 중국에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자금을 대는 주체는 중국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를 보면 와이즈로드캐피털은 기업 인수를 위한 자금이 중국 외 지역에서 오는 ‘오프쇼어’ 펀드로 분류된다”며 “와이즈로드캐피털은 매그나칩의 경영진을 유지하고 임직원과 생산 시설, 지적재산권(IP) 등을 모두 한국에 유지할 것을 보장했다”고 강조했다.
기술 유출과 함께 우려되는 부분인 고용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노동조합과도 고용 안정과 관련해서는 합의가 됐을 정도로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매그나칩에서 유일하게 노동조합이 있는 구미공장 노조가 이번 매각 계약과 관련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매그나칩에 대한 정부의 국가 핵심 기술 판단 결정은 곧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 매그나칩 기술 유출 우려와 관련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보호해야 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부가 OLED DDI 기술에 대해서 국가 핵심 기술 여부를 판단하는 가운데 전력 반도체 사업부만 별도 매각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매그나칩은 OLED DDI 관련 디스플레이 솔루션과 전력 반도체를 담당하는 파워 솔루션 두 사업부로 나눠져 있다. 김 대표는 “전력 반도체 부문은 전기자동차용 제품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솔루션과 두 사업부를 함께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 이사회의 결정”이라며 별도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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