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원스톱으로 대출을 간편하게 갈아타도록 하는 ‘대환 대출 플랫폼’을 두고 전통 금융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편의성을 내세운 이 플랫폼이 시동을 걸 경우 금융사 간 금리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제2금융권은 최고 금리가 인하되면서 2금융권 내 경쟁보다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에 고객을 뺏길까 우려하고 있다. 플랫폼이 가시화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환 대출 플랫폼과 관련해 최근 금융 당국과 은행 실무진 간 열린 회의에서 은행권은 금리 공개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환 대출 플랫폼이란 전 금융권의 모든 대출 상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한 번에 비교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개별 은행, 2금융권 별로 대출 승인 여부, 한도·금리 등을 소비자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는 차주가 은행을 방문할 필요 없이 바로 앱에서 기존 대출을 해지하고 새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금융 당국은 대환 대출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에서는 출혈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타행보다 0.01%포인트라도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등 은행 간 과도한 금리 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마진율을 낮추면서까지 금리를 낮게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마다 입장이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으로 금리를 실시간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금리 정보는 은행에서도 민감하게 취급하는 정보인데 이를 공개·공유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이 더 증가할 수 있다며 오는 10월로 예정된 대환 대출 플랫폼 출범 일정을 뒤로 더 미뤄달라는 의견을 당국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캐피털사 등 2금융권은 업권 내 경쟁보다 업권 간 경쟁을 더 걱정하고 있다. 2금융권을 이용해온 차주들이 대출금리가 조금이라도 싼 시중은행으로 적극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 당국의 규제 탓에 시중은행 대출 한도가 꽉 찬 일부 고신용자들도 2금융권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에 고객을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와 갈등을 걱정하는 시중은행이 오히려 부러운 상황”이라며 “최고 금리 인하로 카드사는 캐피털사와 금리 차가 크지 않고 시중은행으로의 고객 이탈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는 우려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 이미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대환 대출까지 연동될 경우 이용자가 증가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신용 대출을 새로 신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제휴를 맺은 금융사의 금리와 한도를 비교해주고 있다. 토스가 1·2금융권 합해서 총 30곳, 카카오페이가 39곳의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특히 토스의 경우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통해 대출이 실행된 게 현재까지 3조 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금융 당국은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 앱을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와 연동하는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 플랫폼이 사용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점을 (금융권이)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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