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가 가지고 있는 옛 노량진수산시장 부지 4만 8,233㎡(1만 4,590평)에 난데없이 축구장과 야구장이 들어섰다.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용도 변경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세금 절약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당분간 생활체육 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금싸라기 땅으로 카지노부터 케이블카까지 각종 개발계획이 난무하던 곳이지만 당분간은 조기축구회가 독차지하게 됐다.
20일 수협과 동작구 등에 따르면 옛 노량진수산시장 부지에 조성한 생활체육 시설이 다음 달부터 정식 운영된다. 축구장 1곳 및 육상 트랙 1면과 야구장 1곳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부지는 업무 시설 용도 개발까지 3년 동안 생활체육 시설로 이용될 예정이다. 동작구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동호인 등 비전문 체육인에게만 대관하겠다는 계획이다.
옛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는 한강변에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여의도·용산·강남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의 거리도 가까워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노량진역도 용산역·서울역 등 전국으로 이어지는 철도 교통망과 바로 연결돼 교통 요지로 꼽힌다. 수협이 어떻게 써도 아까울 땅을 축구장으로 만든 것은 업무 시설로 본격적으로 개발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옛 시장 부지 대부분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을 하려면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용도 변경과 건축설계, 각종 인허가 등을 감안하면 착공 시점은 오는 2025년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공공 기여를 원하는 서울시 측과 개발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수협 사이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 개발 착수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곳은 입지가 좋은 만큼 활용 계획이 수시로 변경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초고층 오피스빌딩과 컨벤션센터로 구성된 수산 테마 복합 시설이 거론되다가 2015년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비롯한 해양 수산 복합 테마파크를 짓는다는 계획이 나오기도 했다. 향후 서울시·동작구 등과 협의 과정에서 개발계획이 또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문제는 개발계획이 정해질 때까지 상업 용지를 활용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빈 땅으로 놓아둘 경우 수협이 내야 할 세금은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5년 동안 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설치·철거가 쉬운 상업 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잠시라도 생활체육 시설로 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협 측은 상업용으로 이용하겠다며 땅을 빌려달라는 요청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수협은 보유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동작구는 구민에게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윈윈’ 관계가 형성됐다.
옛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해당 부지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된 점도 고려했다. 수협의 한 관계자는 “노량진수산시장 옛 부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시민들이 이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제공한 것”이라며 “향후 업무 시설로 개발되더라도 사회적 편익을 최대화해 공공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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