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국 증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진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이어간 탓에 지난주 대비 소폭 오른 강보합으로 마무리됐다. 코스피의 경우 주초에는 지난주 급락에 대한 반발 매수가 나타나며 3,17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4월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이 언급되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다음날부터 다시 하락 반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약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경기소비재나 인터넷기술(IT) 등 경기민감(시클리컬) 업종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86포인트(0.19%) 하락한 3,156.42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전주 대비 3.1포인트(0.09%) 올랐다. 투자 주체별로 외국인이 한 주간 1조 5,583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9,118억 원, 5,961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역시 전주 대비 1.09포인트(0.11%) 하락한 965.63을 기록하며 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증시도 중립적인 흐름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밴드를 3,120~3,200포인트로 제시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FOMC 의사록의 테이퍼링 논의 가능성 언급에 코스피에서도 철강·구리 관련주, 일부 음식료 업체 등이 하락하며 즉각 영향을 받았지만 이번 회의록으로 시장이 본격적인 약세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이퍼링뿐 아니라 상설 레포(Repo·일정 기간 후 일정한 가격으로 다시 사들인다는 조건을 두고 이뤄지는 채권 거래)기구 구축에 대한 논의도 했는데, 이는 시장에 충격이 생기면 유동성을 다시 공급할 태세를 갖췄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또 코스피 2분기 실적에 대해 “국내외 경기 회복 모멘텀이 경기순환업종의 이익 상향 조정에 크게 기여해 코스피 2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4주 전 대비 6.8% 증가한 33조 5,000억 원이며 화학·운송 등 소재, 산업재의 이익 모멘텀이 여전히 견조한 상태”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가 3,110~3,220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주 국내 증시의 악재로는 테이퍼링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과 외국인의 투자심리 위축을 거론했고 호재로는 기업들의 양호한 2분기 실적 전망과 코스피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를 들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글로벌 자산시장 불안이 금융시장에 과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더불어 글로벌 자금이 미국 가치주를 사들이는 방어적 전략을 펴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비트코인은 수급 이슈 등에 장 중 고점 대비 50%까지 급락했고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도 20%의 하락세를 보였는데 위험 자산 변동성 우려가 증시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미 연준의 테이퍼링 우려나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심 위축 등 일시적 요인과는 별개로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탈 개선,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 및 위험자산 회피 경향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상승에 이번주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14년래 최고 수준인 갤런당 3달러를 돌파하는 등 비용물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우려가 확대되며 소비자들이 원자재 가격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기업도 마진 개선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다만 최근 원자재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세가 제한되고 있어 차후 이 같은 우려는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 잠재구매력 역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장기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상승 트리거는 ‘지표 부진이 가져올 정책 지속 기대’로 4월 소비자물가 상승이 가져온 물가 불안을 4월 소매핀매 부진이 상쇄하며 미국 증시가 상승한 예가 복선 역할을 했다”며 “정부지원에 연동하는 제한적 성장 메커니즘에 대한 공감대가 커질 경우 기존 정책 기조의 당위성과 함께 추가 정책 기대를 바탕으로 증시가 오르는 청개구리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업종·기업으로는 자동차 등 경기민감 수출주와 화장품·면세점·카지노 등 소비재주, 금리 상승 수혜를 입을 금융주 등이 거론됐다. 김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의 본격적인 반등은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고 테이퍼링 우려가 경감되는 시점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시기에는 경기소비재주가 강세를 보일 것”고 말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으로 인해 기대 인플레이션은 다소 둔화되더라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오른 금융주가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업종간 순환매에는 주가 레벨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격도(주가와 이동평균치의 괴리 정도)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인터넷기술(IT) 업종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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