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경북 상주로 아내와 함께 귀농한 강주한(37) 씨는 쌈 채소를 주요 재배 작물로 해 지난해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귀농 3년 만에 이같이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농업에 디지털을 입힌 ‘첨단 농법’ 덕분이다. 강 씨는 “귀농 전 서울에서 살 때 스타트업을 고민했는데 반드시 도시에서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을 농촌으로 돌리고 과거의 농업 방식이 아닌 첨단 농법을 공부해 고수익의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도시를 벗어나 농업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귀농·귀촌 인구는 45만 6,0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40세 미만 청년은 22만 1,000여 명이다.
농촌으로 향하는 청년들은 ‘농업’을 창업 아이템 가운데 하나로 선택해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농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이들은 농업이 노동집약적인 1차 산업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고 농업에 4차 산업혁명을 접목시키고 있다.
청년 농부들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농작물·가축 등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는 등 첨단 과학을 농업에 적극 활용한다. 첨단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스마트팜 전문 기업이 늘면서 청년 농부들의 기술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트팜 전문 기업 ‘유라이크코리아’는 가축의 신체 내부에 흡착해 실시간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바이오 캡슐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한국축산데이터도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축을 24시간 관찰할 수 있는 축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스마트팜 기업 ‘딥팜’도 실시간으로 가축을 돌볼 수 있는 AI 솔루션을 자체 개발했다. 유위 딥팜 대표는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축우의 이상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며 “AI 기술은 농가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부모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업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들도 첨단 기술에 힘입어 이전보다 쉽게 귀농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농업에서는 작물이나 가축을 잘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게 판로 개척이다. 청년 농부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인터넷 활용 등 뛰어난 정보통신 능력으로 다양한 판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농촌에 청년들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귀농 청년에게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는 것도 청년들이 농업 스타트업을 생각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지자체에는 영농 창업자금 지원, 농업기술·경영교육 및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며 “집수리·이사·농기계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고, 저금리 융자를 지원하는 등 귀농 청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번뜩이는 농업 스타트업 아이템과 첨단 농법 등에 대한 자신감으로만 섣불리 귀농을 해서는 낙담하기 쉽다. 지자체와 농업 관련 기관에서 실시하는 귀농 관련 교육을 미리 꼼꼼히 받고 귀농 지역에 대한 사전 답사 등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2018년 전북 순창으로 귀농한 박호영(36) 씨는 “전원·귀농 생활이 드라마 ‘전원일기’나 영화 ‘리틀포레스트’처럼 여유롭고 낭만적이지만은 않아 도시로 돌아가는 청년들도 많다”며 “농촌에 오면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주민들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하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들이 있어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부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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