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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임시선박 30척 투입해도 물류난…경제 회복 발목잡나

美 서안에 이어 韓·中에서도 항만 적체

물류 부담에 수출기업 채산성 급격히 악화

항만 적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 전망도

뒷북경제




“배도 밴데 박스(컨테이너 장비)를 못 구해서 난리입니다. 이제는 올해 3분기, 4분기가 아니라 내년 1분기까지 지금 사태가 계속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해운회사 영업담당 A씨)

“컨테이너 예약이 계속 취소돼 아예 수출이 안 되고 있습니다. 운임도 비싼데 스페이스(컨테이너 공간) 잡기가 너무 어렵네요.”(섬유업체 수출담당 B씨)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주·유럽 어느 노선 하나 빠지지 않고 운임이 급등한 가운데 선박과 컨테이너 장비가 크게 부족합니다. 수출업체들은 물류비 부담 증가는 둘째치고 당장 선복(적재 공간) 하나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칩니다. 물건을 실을 공간은 부족한데 화물은 쏟아지니 수출품을 바로 싣지 못하고 다음 항차로 돌리는 롤오버(roll over)도 몇 주씩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상 상황인 만큼 HMM은 거의 매주 임시선박을 넣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HMM이 23번째로 투입한 임시선박은 다목적선(MPV)으로 일반 화물이 아니라 공장 설비 등 대규모 화물을 싣고 다니는 배입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 컨테이너도 실어 나를 수 있지만 다목적선까지 끌어 와야 할 정도로 배가 없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SM상선 역시 이미 임시선박 5척을 운항했고 추가 선박 투입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만 30척에 가까운 임시선박이 투입됐지만 해운 물류 대란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길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10년 장기 불황기를 보냈던 해운업계가 그동안 밀렸던 보상을 받는다고 말하기에는 이젠 사태가 조금 심각해 보입니다.

부산항에서 출항 준비 중인 1,800TEU급 다목적선 MPV(multi-purpose vessel) ‘우라니아(Urania)호’가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제공=HMM


수출대란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글로벌 선사들은 보수적 경영에 돌입했습니다. 시황이 언제 회복할지 모르는 만큼 선박 운영을 최대한 줄인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났고 물동량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오랜 치킨게임으로 해운사들이 선박 발주를 줄여놓은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일부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조선소로 보내진 이후였습니다. 선박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내륙 운송에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호주 등에서 항만 근로자들의 파업 등이 발생했고 올해 초에는 미국 서부 항만 작업자 가운데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하역 작업이 지연됐습니다. 이런 배경에 선박들이 미국 항만 근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내륙 운송도 늦어지자 물건을 내리고 빈 상태로 돌아와야 할 컨테이너들이 대거 발이 묶였습니다. 컨테이너 박스마저 부족해진 것입니다.



[HM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는 한국에서 배에 물건을 싣고 출발해도 현지 항만에서 수일씩 대기하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서부 항만인 LA·롱비치항 등에서는 내륙 운송 지연으로 인해 대기시간만 7~1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이에 시간이 생명이라는 컨테이너선의 정시 운항률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전 세계 34개 항로의 컨테이너 정시 운항률은 각각 34.8%, 34.7%로 집계됐습니다. 평소 컨테이너선의 정시 운항률은 60~80%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컨테이너 선사에게 정시성이 생명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항만 적체와 컨테이너 장비 수급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수급 불균형은 컨테이너 운임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럽과 북미 지역 어디 할 것 없이 모두 운임이 사상 최고입니다. 지난 21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대비 89.16포인트 오른 3432.5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중반까지 1,000포인트 내외에서 오르내리던 지수가 3배 이상 뛴 것입니다. 아시아·미주 동안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7,521달러, 아시아·미주 서안 운임은 4,843달러입니다. 아시아·유럽 노선 역시 5,579달러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수출기업 애로 지원을 위한 컨테이너선사 간담회 /사진제공=해수부


운임 상승과 선박 공급 부족은 수출기업의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물류비 부담은 원부자재 가격, 환율 변동성 등과 함께 수출기업 채산성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힙니다. 최근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수출기업의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수출할수록 손해라는 말도 나옵니다.

문제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물류 부담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장기계약보다는 단기인 스팟(spot) 계약으로 화물 운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운임이 변동성이 크고 선적 공간 확보가 어렵습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내 컨테이너 선사를 모두 불러 모아 강조한 내용도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었습니다. 문 장관은 “장기운송계약이 아닌 단기계약으로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선적공간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소 수출기업의 화물을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컨테이너 박스 하나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운사들이 어떻게 신경을 써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해주던 수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백신 보급 지연 등으로 내수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수출마저 꺾이면 대통령이 말한 성장률 4% 달성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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