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암호화폐의 개수가 사상 처음 1만 개를 돌파했다. 유망한 기술도 없는 암호화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너도나도 인터넷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던 ‘닷컴버블’ 때와 유사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3일 전세계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등재된 암호화폐 개수는 이날 0시 30분 현재 1만 3개로 처음으로 1만 개를 돌파했다. 개수는 2019년 8월 21일까지 만해도 2,457개에 그쳤지만 채 2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연초 전세계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면서 빠르게 늘었다. 지난 3월 21일에는 8,899개였지만 지난달 22일 9,420개로 늘더니 한 달 사이 다시 500개 이상 늘며 1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 두 달 사이 하루에 17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새롭게 생겨난 것이다. 코인마켓캡에 등재가 안 된 암호화폐까지 감안하면 전세계 암호화폐는 1만 개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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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1990년대 말 인터넷 관련 산업이 처음 등장하며 지나치게 고평가됐던 닷컴버블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닷컴버블 때 평범한 회사인데도 회사 명칭에 ‘닷컴’만 붙이면 갑자기 주가가 10배씩 뛰었다”며 “지금도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코인을 만들어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1990년대 말 벤처 붐이 일어났을 때도 투기붐이 일었지만 벤처기업 성공 확률은 3~5%에 불과했다”며 “암호화폐의 성공확률은 벤처기업보다 더 낮을 것이다. 좋은 암호화폐를 고르는 안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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