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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동물원과 수족관을 반대하기로 했다

유주희 디지털콘텐츠부 차장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는 지난 3월 공개된 후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태평양을 수십 년째 떠다니는 페트병 혹은 새끼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는 알바트로스의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씨스피라시’에 담긴 학살은 인식의 차원을 바꾸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한 반론이 적잖이 제기됐고 BBC나 뉴스위크 등도 팩트 체크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동의를 표시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그랬듯 ‘씨스피라시’도 동물을 물건처럼 여기는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동물은 인류의 식량으로, 패션으로,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 즐거움을 주는 존재로 소비돼왔다. 생태계의 순환 고리에서 다소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밍크나 토끼의 가죽이 어떻게 벗겨지는지,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돼지와 닭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돌고래가 어떻게 수족관까지 잡혀오는지 알고 나면 죄책감에 이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책임 의식을 갖게 된다.

반려동물 때문에 생각을 바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동물의 귀여움을 소비하기 위해 입양했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지, 사람과 얼마나 교감할 수 있는지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과거 누구보다 개고기를 좋아했지만 반려견과 살기 시작한 후 끊은 이들도 꽤 많다.



그렇다면 고기도, 생선도, 뭐든지 끊는 게 답일까. 그렇게 끊다 보면 최종적으로는 동굴에서 원시인처럼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보다 열심히 친환경을 외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활동가에게 “채식은 안 하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할 수 있는 선까지만 한다”고 답했다. 자신만의 선을 정하고 꾸준히 실천하기, 활동 반경을 넓혀나갈 수 없더라도 좌절하지 않기가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 삶의 기본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지쳐 나가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인 실천 방안 중 하나는 동물원과 수족관 불매다. 평생 갇혀 사는 동물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은 알고 보면 참 잔인한 일이다. ‘잔인함’의 기준선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문명의 발전과 함께 점점 낮아졌다. 불과 지난 세기까지도 공개 처형이나 수술·해부가 수많은 관객을 모으는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용납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똑같은 변화가 앞으로는 동물들의 삶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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