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최악의 코로나19 사태에 일부 생산 라인 조업을 조정하거나 중단하는 등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베트남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어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 글로벌 생산망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인도 지방·중앙정부는 필수 산업의 경우 조업을 허가하고 있지만 최근 A사는 재고 관리를 위해 조업량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 A사는 기업과 소비자 간(B2C) 거래가 이뤄지는 소매점에서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공장을 돌려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B사도 공장 가동률이 30~40% 선을 맴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C사는 인도 정부가 봉쇄령을 내린 이달 24일까지 조업을 완전히 중단한 상태다. 현지 채용 인력은 물론 국내에서 파견된 인력들의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다만 종료 기한이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를 맡은 인원들만 재택근무로 돌려 업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했다. D사는 평소의 50% 수준에서 조업량을 조정한 상태다. 생산 법인이 없이 판매 법인만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거나 사무실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폭스콘 인도 공장에서는 최근 100여 명의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주부터 일부 생산 라인은 조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서는 해당 공장의 아이폰12 생산능력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기업들은 이달 24일까지 예정된 봉쇄령이 앞으로 얼마나 더 길어질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는 결국 인도의 코로나19 방역 상황과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상황이기에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이 기업들의 어려움이다. 인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이날까지 약 2,652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 22일 신규 확진자는 25만 7,229명으로 하루에만 신규 확진자가 41만 명을 웃돌았던 이달 초보다는 한풀 꺾인 확산세지만 봉쇄령 등 방역 규제가 풀어질 경우 다시금 코로나19가 퍼질 가능성이 높다. 인도 정부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봉쇄령 한 주 연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정상적인 조업을 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지나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한국 기업과 자본이 대거 진출해 있는 베트남도 이달 들어 코로나19 1일 확진자가 100명 단위로 증가하며 방역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 위탁 생산 업체 폭스콘과 럭스셰어가 지방정부의 방역 명령에 따라 가동을 멈추기도 하는 등 코로나19 여파에 글로벌 생산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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