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장마가 빨리 와서 현장이 멈추기를 바라는 심정입니다. 철근 가격은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데 그나마 구할 수도 없어요.” (중소 건설 업체 A사 관계자)
건설 현장의 철근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철근 톤당 평균 유통가격이 110만 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가다. 건설 현장에서는 현재 수급난을 고려할 때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7대 제강사 철근(D10㎜)의 유통가격은 톤당 110만 원을 기록했다. 수입산(중국) 철근의 경우 같은 날 기준 120만 원이다. 국산 철근 가격은 올해 초만 해도 70만 원 초반 수준에 가격이 형성돼 있었는데 5개월 만에 57% 가까이 가격이 뛴 것이다. 건설 붐이 일면서 자재난을 겪었던 2008년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 수준의 가격이다.
철근 부족 현상은 물가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물가협회의 산업 물가 분류 자료에 따르면 고장력철근(D10㎜) 가격은 지난해 6월 톤당 66만 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18일 기준으로는 92만 원까지 뛰었다. 유관 자재인 H형강 가격 또한 같은 기간 81만 원에서 101만 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그나마 비싼 가격을 주고 철근을 구하기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철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철강재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탓에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철근 공장 중 하나인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안전사고 문제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앞으로도 단기간에 상황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철근 수급 문제로 중소 건설사들은 공사를 진행하지 못해 ‘현장 비상’이 속출하고 있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제강사와 직거래를 해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중소 업체들은 유통 업체를 통해 후순위로 공급받는 상황이라 철근 수급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설 현장이 성수기를 맞았지만 철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특히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 일부 유통 업체들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철근 등 원자재 매점에 나서고, 납품 시 현금 결제만 고집하는 등 시장 불안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철강재(철근·형강) 등 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3~4월)은 총 59곳에 달한다. 이 중 철강재 수급 문제로 멈춘 현장은 전체의 72.8%에 달하는 43곳이다. 협회 관계자는 “철강재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업체 피해는 물론 아파트 입주 지연, 시설물 품질 저하 등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며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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