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직에 들어온 서울 출신 30세 사무관은 최근 “벼락거지(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 신세를 절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속 부처가 2010년대 초반 세종시로 옮겨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기회를 받아보지도 못했다. 월세로 오피스텔에 거주한다는 이 사무관은 “집값이 급등한 데 이어 올 들어 월세마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특공이 이렇게 중요할 줄은 고시 합격 이후 부처를 선택할 때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밝혔다.
세종시 공무원 사이에서 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공 자격이 최소 3년 이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이전 기관 근무자를 대상으로 이전 후 5년까지 분양 아파트를 공급하는 특공은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 기준 7.5 대 1로 일반분양(153.1 대 1)보다 훨씬 낮은 데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도 시세보다 낮아 로또로 불린다.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값 상승률은 전국 최대인 37.05%. 공직 사회에서도 특공을 받은 이와 받지 못한 이의 신분이 갈리고 있다.
앞으로 20년 이상 세종에 정착할 공무원들은 집값 부담에 청주와 대전으로 밀려나는데, 대전에 있던 기관은 세종에 유령 청사를 지어 특공으로 분양권을 얻었다. 젊은 공무원들이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사태를 싸늘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의 가장 큰 치적이 ‘세종 이전’이라고 언급할 정도다. 이들은 “어차피 세종시에서 근무할 걸 알고 행정고시를 봤던 만큼 특공 제한에 불만은 없다”면서도 “급격히 오른 세종 집값을 보며 과연 월급을 모아 아파트를 살 수 있을까 걱정되는 가운데 차로 20~30분 거리인 대전에서 이전해 오는 기관에 특공 자격을 주는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세종시에 공급된 아파트 9만 7,000호의 약 26%가 공무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다주택자가 된 고위 공무원들은 ‘똘똘한 한 채’ 열풍으로 세종 아파트를 팔아 시세 차익을 남겼다. 반대로 정부 정책의 실무자인 젊은 공무원은 높아진 월세에 신음한다. 이를 바라본 20대와 30대는 25차례 이상 땜질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신뢰할 수 있을까.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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