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서청석기자]지난해 코로나19 등 영향에 기업활동 감소로 급락했던 배출권 가격의 급락세가 증권사의 시장 조성자 참여 등에 힘입어 안정세를 찾자 배출권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9분 기준 탄소배출권(KAU20)가격은 1톤당 1만7,000원으로 지난달 12일 1만4,300원까지 급락한 이후 가격 반등에 성공했다.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배출권 가격이 최근 반등에 성공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 증권사 시장조성자 참여…'배출권 가격' 안정세 = 배출권은 기업 등 경기주체가 온실가스를 배출할수 있는 권리다. 배출권 가격은 우리나라에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기업활동의 감소로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 실제 2019년 12월 23일 1톤당 4만900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21년 4월 12일 1톤당 1만4,300원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이후 정부의 가격안정화 정책으로 증권사가 시장 조성자로 배출권 시장에 참여해 배출권 가격은 1톤당 1만8,000원 안팎으로 거래되며 안정세를 찾고 있다.
시장 조성자는 배출권을 지속적으로 매도, 매수하며 양방향 호가를 제출한다. 이를 통해 시장의 가격변동성을 완화하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증권시장 등에서 시장조성업 수행을 통해 노하우를 보유한 금융투자업계의 참여로 합리적인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고 시장활성화에 기틀이 될것으로 보인다.
◇ 정부, 온실가스 감축 선언…배출권 시장 활성화 기대 =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세계적 온실가스 감축 협정인 파리협정을 2016년 비준하고, 2030년 배출전망치 BAU(Business as Usual : 감축노력 없을 경우 예상배출량)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탄발전 비중 축소 및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업체의 책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정책을 지원화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시장을 개설해 운영해 오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 배출량 범위 안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발행한 뒤 기업들에게 할당하고, 기업들은 실제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국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이 과정에서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과 여유가 있는 기업간에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배출권 거래시장이 개설된다. 배출권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적극적인 기업은 배출권 여유분 판매로 자금회수의 기회를 제공받고, 감축에 소극적인 기업은 추가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배출권시장 거래규모는 2020년말 기준 2015년 개설 첫해대비 거래량 16.8배, 거래대금은 44.6배 급증하는 등 국가단위 시장으로는 EU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하여 2020년 총 거래대금이 6,2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 국내외 최근 탄소중립 정책 추진 동향 = 최근 정부는 경제와 산업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래 경제성장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 것에 이어, 올해 5월중으로 대통령 직속의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출범도 예정되어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변화는 전세계적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권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트럼프 前대통령은 UN 전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정책을 이어 받아 파리협정 재가입 등 적극적인 탄소중립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 지향은 글로벌 新경제질서로서 산업활동, 기업경영 등 경제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친환경 산업과 녹색금융의 성장과 함께 친환경·탄소저감 기술개발을 위한 자본축적 유도 등 자본시장의 역할도 증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 거래소, 배출권 시장 활성화…탄소중립 정책 지원 = 거래소는 이러한 국내외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증권사의 시장조성자 참여 이후에도 배출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배출권거래에 참가하는 기업체가 600여개사로 거래 상대방이 많지 않아 합리적인 배출권 가격형성 및 시장활성화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대상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연내에는 시장조성자가 아닌 증권사도 자기의 고유재산을 운용하려는 경우 배출권 종목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며, 향후 개인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위탁 관련 제도 및 시스템을 정비한다. 또한, 파생상품인 배출권 선물을 상장하여 배출권 가격에 대한 위험관리 및 투자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유럽의 경우 2005년 배출권 시장 도입 이후 개인투자자, 기관투자자 및 할당업체 등이 참여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다양한 투자전략의 활용 및 위험관리 목적의 거래 등도 활발하다.
한국거래소 배출권 거래시장도 2015년 개설 이후 거래량 및 거래대금 측면에서 큰 증가폭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증권사의 시장조성자 참여를 시작으로, 향후 개인투자자도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고, 기관투자자가 배출권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다양한 투자전략을 활용하는 등 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체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고,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 및 여러 투자자와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되어 정부의 탄소중립 지향 정책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청석 b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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