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트램을 양산해 수출할 겁니다. 호주, 유럽, 캐나다 등 친환경 모빌리티 도입에 적극적인 나라들이 벌써부터 사전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지난 20일 현대로템(064350) 창원공장에서 만난 이원상 현대로템 연구개발실장 상무 목소리에는 확신이 넘쳤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매각설이 돌던 사업부의 담당 임원이 맞나 싶었다. 그러나 이 상무가 하나, 둘 꺼내놓는 현대로템의 수소 트램 청사진을 듣고 있자니 ‘머잖아 한건 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창원공장으로 오기 전부터 머릿 속을 맴돌던 질문부터 꺼냈다. 하고많은 열차 중에 왜 수소 트램이 답인지부터 물었다. 이 상무는 “전차에 비해 지상, 도심을 운행하는 트램은 기술적으로 보다 어려워 개발만 하면 진입장벽이 생기는 효과가 있다”며 “여기에 전기선 없이 철로만 깔리면 돼 경제적인 데다가 친환경적인 수소연료전지가 트램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현대로템 설명에 따르면 철로에 전기선을 깔지 않을 경우 절약되는 금액은 ㎞ 당 24억 원에 달한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자체, 신흥국 등 보다 폭넓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로템과 현대차그룹은 수소 트램 기술의 수직 계열화를 이룬 유일한 곳이다. 이 상무는 “타사의 수소연료전지를 가져 와 기존 열차에 조립하는 수준인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한 고지에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현대로템은 세계 최고 수준인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유롭게 가져다 쓸 수 있다. 또 2년 뒤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차세대 고출력·고수명(현재의 2~3배 수준) 수소연료전지를 지체없이 공급받게 된다. 현재 수소 트램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내구성 문제가 곧장 해소되는 것이다. 현대로템이 2023년에 수소 트램을 상용화할 자신감을 내보이는 이유다. 지금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는 10년 16만 ㎞ 정도의 내구성 수준인데 트램, 상용차, 선박 등에 쓰이려면 이보다 2~3배 정도는 내구성이 뛰어나야 한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최적화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는 자동차용으로 설계돼 위아래로 길쭉하다. 그러나 트램에 싣기 위해서는 좌우로 길어야 한다. 이 상무는 “저상형 트램의 경우 설치 공간이 루프 뿐인데 그 좁은 공간에 수소연료전지, 수소통, 배터리 모두 다 추가해야 돼 앞으로 2년 정도는 관련 기술에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꽉 막힌 규제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국내 규제가 심해 현대로템은 우선 해외 수출 후 국내에 상용화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웠다. 이 상무는 “국내는 철도 안전법이 엄격해 기술 기준이 모두 법으로 제정된다”며 “관련 법이 있어야만 양산용 수소 트램을 만들 수 있는데 적어도 3~5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즉, 2023년에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수출에도 성공해 해외에서는 현대로템의 기술로 만든 수소 트램이 운영되는데도 국내는 관련 법이 없어 국내용으로는 양산도, 운행도 못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수소 트램을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만큼 예상보다 빨리 국내 양산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이 상무는 “울산은 우리와 MOU를 맺고 울산 트램 1호선에 수소 트램을 먼저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기술 기준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황에서 수소 트램 도입 의사를 밝히면 너무 늦어지니 우선 도입 의지부터 밝혀놓은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애초 서울·경기·울산·부산 정도만 수소 트램 도입을 고려했는데 현재는 대전·강원·제주·서울 위례선·대전 2호선·동탄·창원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이 상무는 “철도 부문의 수소 전환에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현재는 트램이면 트램 한 단계씩 수소 관련 법 기준 마련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창원=서종갑 기자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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