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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보다 무료 반품·교환…새롭게 뜨는 패션 플랫폼 전쟁[백주원의 리셀]

/이미지투데이




사이즈가 맞을까, 입어보지도 못했는데 과연 어울릴까? 인터넷에서 옷을 고를 때면 누구나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봤을 것 같습니다. 고심 끝에 겨우 골라 주문했는데 실제 상품을 받아보니 너무 크거나 작은 경우, 화면에서 본 색상과 차이가 커 실망하는 경우 등이 종종 있죠. 만약 무료로 상품을 교환하거나 반품할 수 있다면 이러한 고민은 확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동안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패션 상품들에 대한 반품률은 40%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상품 카테고리의 반품률인 9%보다 훨씬 높죠. 이 같은 위험 부담 때문인지 다른 생필품·식료품 등에 비해 패션은 e커머스 침투율이 매우 낮은 카테고리로 꼽힙니다. 의류 상품들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더 크다는 거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쿠팡 등 주요 e커머스 플랫폼들의 패션·의류 매출은 전년 대비 2.2% 증가에 그쳤습니다. 전체 매출이 같은 기간 18.4% 증가하고, 식품(51.5%), 도서·문구(30.0%), 생활·가구(25.3%) 등과도 격차가 크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는 누구나 부담 없이 의류 상품을 무료로 교환·반품할 수 있다면 온라인 구매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네이버는 이달 초 백화점 윈도와 아울렛 윈도의 일부 상품들을 대상으로 무료 반품·교환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네이버쇼핑화면캡처


이처럼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자 최근 쿠팡, 네이버, SSG닷컴, 지그재그 등 주요 쇼핑몰들이 잇달아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를 내놓으며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그중 쿠팡이 가장 적극적으로 무료 배송을 포함한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죠. 특히 쿠팡의 프리미엄 패션·뷰티 전문관인 ‘C.에비뉴’의 경우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이 아닌 오픈마켓 상품이더라도 무조건 무료 배송·반품·교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네이버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네이버는 이달 초 백화점 윈도와 아울렛 윈도의 일부 상품들을 대상으로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무료 교환·반품’ 배너가 걸린 상품들을 구매할 경우 100% 반품·교환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약 640여 개의 스토어가 참여 중이죠. 배송은 각 판매자가 이용하는 업체들이 담당하며, 네이버가 반품 비용을 일정 부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도 최근 패션·뷰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신세계백화점의 52만 여종 상품에 대해 무료로 배송·반품해주는 ‘백화점 배송·반품 올 프리패스’ 프로모션을 이달 초부터 시행 중입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역시 지난 3월 무료 배송은 물론 무료 반품·교환이 가능한 ‘제트온리(Z-Only)’ 서비스를 도입했고, 고객 설문 조사 결과 서비스 만족도는 97.4%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같은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는 고객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매출을 증대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SSG닷컴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몰에서 지난 3월 30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2주간 무료 반품 행사를 한 결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나 증가했습니다. 무료 반품 서비스가 구매를 결정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 거죠.

하지만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는 분명 플랫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쩐의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쿠팡같이 이미 전국 단위의 물류 체인을 구축한 플랫폼에게 이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배송 기사들은 담당하고 있는 지역을 어차피 매일 방문하는, 일종의 ‘전국 물류 체인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며 “교환·반품으로 한 집을 추가로 방문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을 수밖에 없어 서비스 경쟁력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플랫폼들은 추가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블랙 컨슈머’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특히 무료 배송·반품 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된 쿠팡을 중심으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명 ‘쿠팡 거지’라는 말까지 생기면서 말이죠. 상품을 구매해 일정 기간 사용하고 반품하는 경우는 기본이고, 아이패드를 3주마다 반품하며 공짜로 쓴다는 ‘쿠팡 아이패드 거지’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무료 반품 서비스의 허점을 노린 거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해진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 하지만 그에 따른 부담도 커지면서 플랫폼들의 고민도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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