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암호화폐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권은 비트코인(BTC) 편입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유출된 골드만삭스 보고서에서 매튜 맥더모트(Mathew McDermott) 골드만삭스 디지털자산 글로벌 책임자는 “BTC는 이제 투자자산으로 인정된다”며 “독특한(idiosncratic) 리스크를 겪고 있긴 하지만 BTC가 상대적으로 새롭고 적용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디지털 금'이라는 비유와는 달리 가격이 기대하는 대로 움직이진 않지만 이미 고객들은 새로운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새로운 자산이 등장할 때 이런 현상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올 들어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으로 대표되는 전통 금융권은 BTC 투자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월 BTC 펀드 출시 계획을 발표했고 이어 골드만삭스와 JP모건도 BTC 투자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 창업자로 헤지펀드 전설로 불리는 레이 델리오(Ray Dalio)도 BTC 지지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2021’에 참여한 레이 델리오는 “나는 채권보다 BTC에 투자할 것"이라며 BTC 보유 사실을 밝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델리오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암호화폐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인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관련기사
코로나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암호화폐 투자 수요가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기관 투자자와 기업들이 투자를 이어가면서 일종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인 JP모건의 공동 대표 다니엘 핀토(Daniel Pinto)는 “(암호화폐라는) 자산이 발전해나가 다른 자산 매니저와 투자자들이 투자를 시작한다면 우리도 참여해야 한다”며 BTC 투자 상품 개시 이유를 밝혔다.
전통 금융권의 문이 열리면서 BTC 전망은 밝다. 강력한 규제를 받는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까지 BTC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아직 초기 단계 자산인 암호화폐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 강화는 장애물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BTC 등 암호화폐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는 두 화폐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지만 정부의 암호화폐 견제는 갈수록 심해지는 모양새다. 중국 국가인터넷금융협회와 은행협회 등 단체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금융기관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어떤 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도 지난 21일(현지시간) 1만 달러를 넘는 암호화페 거래를 당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안을 공표했다. 이와 관련해 레이 델리오는 “BTC의 성공이 가장 큰 BTC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한편 골드만삭스가 BTC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한 데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친환경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협의회 결성을 발표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반등하고 있다. 25일 오후 3시 빗썸 기준 국내 BTC 가격은 전날 같은 시간 대비 10.28% 급등한 4,679만 6,000원이다. 같은 시간 코인마켓캡 기준 국제 가격은 전일 대비 8.98% 오른 3만 8,435.74달러를 기록했다.
/김정우 woo@decenter.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