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보유 중인 에스티팜(237690) 지분의 블록딜(주식 대량 매매)을 추진해 그 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베이트 혐의로 지난해 9월 출소한 강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동성 확보, 지배 구조 강화 등의 목적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에스티팜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을 위한 지분 거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5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스티팜은 전 거래일보다 10%(1만 200원) 오른 11만 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의 반등이다. 강 회장은 전날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를 통해 에스티팜의 블록딜을 진행했다. 금액은 350억 원 수준으로 할인율은 7% 수준이었다. 강 회장은 에스티팜의 지분 15.25%를 보유 중이며 2대 주주다. 에스티팜의 최대 주주는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로 32.68%다.
그동안 에스티팜은 모더나·화이자 등과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CMO 가능성이 거론되며 두 달 새 주가가 20% 이상 올랐다. 에스티팜이 국내 유일의 mRNA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티팜은 지난달 제네반트사이언스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필요한 지질나노입자(LNP) 약물 전달체 기술 도입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mRNA 공장을 완공하고 현재 증설을 진행 중이다. 완공되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기준 연간 240만 도스의 mRNA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에스티팜이 제네반트에서 받은 LNP 플랫폼 기술은 모더나와 화이자, 바이오엔텍이 사용해 코로나19 백신에 상용화시킨 기술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셈이다. 이 기술을 확보하며 에스티팜은 자체 백신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앞장서 백신 확보에 주력하는 만큼 에스티팜의 기술력 확보는 경쟁력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에 강 회장의 지분을 사들인 업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 등과 같은 코로나19 백신 사업을 함께할 전략적 파트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지배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에스티팜의 지분을 팔고 지주사 격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의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은 다른 오너들보다 낮은 수준인 27.5%에 불과하다. 이 지분의 상당수가 금융권에 담보로 잡힌 상태다. 주요 계열사인 동아제약·동아에스티·동아오츠카 등의 경우 그의 지분이 없거나 1%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2016년에도 에스티팜과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확보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7%의 할인율로 지분을 매수해 갔다는 것은 에스티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것”이라며 “블록딜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가 이어졌다는 것은 사업적인 호재를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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