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등 메이저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가 확산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의 스타트업 취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워라밸'을 챙길 수 있는 유연·탄력 근무제는 물론 대기업 못지않게 복지 혜택도 늘리는 추세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성장성이 커지면서 폭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적극성과 실현 가능성이 젊은 세대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도 다 같은 스타트업은 아니다.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만큼 채용 체계는 대부분 다소 불완전하다. 스타트업의 규모 단계에 따라 뽑는 인재상도 달라진다. 스타트업이라고 무조건 '일당백'의 능력자를 찾는 것도 아니다. 직원 규모를 10명, 30명, 100명, 200명 등 4단계로 나누어 각 스타트업 채용 담당자에게 성장 단계별 채용의 특징을 물었다.
27일 서울경제와 인터뷰한 4곳의 스타트업 모두 공통적으로 "열정과 업무 능력"을 채용의 기본 조건으로 꼽았다. 하지만 규모별 차이점은 분명했다. 이제 막 시드투자 받은 스타트업 빌리지베이비의 이정윤 대표는 "소위 말하는 '지인 추천' 채용이 대부분"이라면서도 "서비스가 알려지는 단계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며 먼저 제안해 오는 지원자는 눈길이 간다"고 했다. 임신·출산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베이비 빌리'를 운영하는데, 실제 이 앱을 써보고 사업 계획 취지에 공감하고 지원자의 능력이 회사에 도움이 되겠다며 직접 찾아와 채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의 초기 확장 단계에서 직원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매우 큰 게 특징이다. 이 대표는 "30세 안팎의 젊은 직원끼리 적극적으로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꿔보겠다는 열정이 가득하다"며 "다만, 필요한 자리 외에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 둘 여유가 없다는 게 아쉽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재택근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누적 사업장이 13만 곳까지 급증한 기업인력관리솔루션 '시프티'는 30명 이내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엔지니어 등 핵심 인력만 보유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이다. 기업간 거래(B2B) 사업영역이다 보니 취업 기회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시프티에서 채용 담당을 겸하고 있는 박혜훈 개발팀장은 "각 팀장으로부터 채용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으면 소수로 채용 공고를 낸다"며 "시장 대응보다는 정교한 완성도를 중시하는 서비스 특성상 개별 직원의 생산성과 업무 열정이 채용 기준"이라고 말했다. 함께 오래 일할 소수정예 인력을 뽑다 보니 면접 시간도 2~3시간 이상 길어지기도 한다. 박 팀장은 "근무 환경에 대한 서비스기 때문에 어떤 일자리와 삶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면접에서 풀어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딩 교육 기관에서 시작해 교육·금융 플랫폼을 성장 중인 '코드스테이츠'는 아기유니콘 답게 채용 규모도 대폭 커졌다. 1년여 만에 직원 규모가 3배 커져 현재는 100명가량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인사팀 구성도 갖췄다. 양경식 코드스테이츠 인사팀장은 "무료 교육 후 취업 후 교육비를 상환하는 새로운 금융 사업 모델을 시작하다 보니 많은 실패 경험 속에 성공으로 이끌 능력을 찾는다"면서 "매력있는 지원자가 있을 경우 그에 맞춰 유연하게 조직 구성을 바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신입이 경력자를 제치고 팀 리더에 오를 정도다. 양 팀장은 "틀이 없는 새로운 일들이라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기존 커리어에 제약 없이 자신의 목표를 주도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다"고 말했다.
최근 200명 규모를 넘어 추가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이터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는 이제 각 분야 전문가를 찾고 있다. 개발자와 프로덕트 오너(PO), 디자이너는 기본으로 스마트팜 엔지니어, 농산물 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이 커져 채용할 부문이 광범위하다. 올해 리쿠르팅 인력만 중견 기업 수준인 7명으로 구성했다. 강아형 그린랩스 리쿠르팅팀장은 "개발자부터 기계 엔지니어, 농업 연구원, 농부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며 "오히려 열정 있는 신입보다 성숙된 경력자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100명 이상 추가 채용이 목표여서 한달에 지원자만 800여 명, 면접자만 120여 명에 달한다. 강 팀장은 "여러 지원자 중에 팀으로 일할수 있고, 자신의 강점을 뚜렷이 보일 수 있는 인재를 뽑는다"면서 "채용 절차 효율화를 위해 주기적으로 면접관을 교육하고 평가방식을 고도화 하기 때문에 지원자도 전략적으로 본인의 역량을 잘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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