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에 쌓인 124톤의 냉각수. 이 물의 배출을 둘러싼 공방이 한창입니다. 한 쪽에선 방사성 물질이 잔뜩 포함된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절대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고, 또 다른 한 쪽에선 방사성 핵종이 충분히 걸러진 ‘처리수’는 바다에 내보내도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죠. 대체 뭐가 맞는 말이냐고요? 뉴스를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여러분을 위해, 오늘 캠퍼스에서는 꼭 알아야할 21가지 이슈에 대해 팩트만 딱 골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 그럼 일단 해양 방류, 언제 하는 거죠?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양 방류 방침을 확정한 건 지난 4월 13일입니다. 하지만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바다에 내다버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아직 남은 절차들이 있거든요. 방출을 위한 설비도 지어야 하고, 그 설비에 대한 심사도 진행해야 합니다. 실제로 방류가 시작되는 시기는 빠르면 2022년 여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그리고 바다에 한 번에 쏟아 붓는 것도 아닙니다. 30년에 걸쳐 조금씩 방류하게 됩니다.
2. 그런데 정확히 뭘 방류하는 거죠? 오염수? 처리수? 냉각수?
오염수, 처리수, 냉각수. 이름이 주는 느낌은 매우 다르지만 사실은 다 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후쿠시마 원자로 건물 내부엔 녹아내린 핵연료가 제거되지 못한 채 여전히 남아 있는데요. 그 핵연료 잔해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사고로부터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매일매일 바닷물이 냉각수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냉각수는 각종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죠. 사용한 냉각수, 그리고 원자로로 스며든 지하수는 APLS라는 이름의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 저장탱크에 보관되고 있는데요. 이 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붙는 명칭이 달라집니다. 한 쪽에선 이 물을 ‘오염수’라고 부릅니다. APLS를 거치더라도 모든 방사성 물질이 완벽히 제거되는 게 아니거든요. 사용한 냉각수에 삼중수소, 탄소-14 등 ALPS로 거를 수 없는 핵종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요. 반면 일본 정부는 이를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정화 작업을 거친, 더 이상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은 물이란 뜻으로요.
3. 오염수에 들어있는 방사능 물질들엔 어떤 게 있는 거예요?
오염수에는 60가지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자주 거론되는 물질엔 (1)트리튬, 즉 삼중 수소, (2)탄소-14, (3)세슘-134와 ?137, (4)스티론튬-90, (5)요오드-129 등이 있는데요.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각기 다릅니다. 삼중수소와 탄소-14는 ALPS로 제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요오드129는 반감기가 엄청나게 길다는 점에서(1500만 년) 문제로 지적되고 있죠. 세슘과 스티론튬은 가동 원자로의 배수에선 일반적으로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요.
4. 잠깐! 그럼 다른 원자력 발전소들도 해양 방류 하고 있던 건가요?
맞아요. 한국을 포함해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국가는 국제기준에 기초한 각국의 규제에 따라 방사능 물질을 외부로 배출하고 있어요.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를 내보낸다”는 비판에 대해 일본 정부가 “다른 나라도 다 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요. 실제로 각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침에 따라 삼중수소 배출 농도 기준치를 각각 정한 뒤 이에 맞춰 바다에 냉각수를 방류하고 있어요. 한국, 미국, 일본 세 국가를 비교해볼게요.
삼중수소 배출 기준은 한국이 리터 당 4만㏃(베크렐), 미국이 3만7천㏃, 일본이 6만㏃이에요. 이에 따라 한국은 매년 200조㏃, 미국은 1,720조㏃ 상당의 삼중수소를 바다로 내보내고 있죠.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폭발 사고 이전엔 연간 370조㏃ 수준이었는데요. 사고 이후엔 원전 가동 자체를 대폭 줄이면서 110조㏃로 낮아진 상태예요.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 중인 오염수에는 860조㏃ 상당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일본 정부는 이를 일본 기준치의 1/40. 즉 1,500㏃까지 희석해 매년 22조㏃을 수십 년에 걸쳐 방출하겠다는 입장이에요.
5. 생각보다 적은 양인데요, 그럼 안전한 것 아닌가요?
하지만 아까 말했듯, 세슘, 스티론튬 등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원자로에서는 삼중수소 외에 배출되지 않는 핵종들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요. 녹아버린 핵연료와 ‘직접적으로’ 접촉했다보니 일반적인 냉각수와는 다른 차원에서 봐야한다는 입장이 나오는 이유예요. 심지어 일본은 핵종이 정확히 몇 가지나 포함되어 있는지, 어떤 핵종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삼중수소처럼 ALPS로 제거되지 않는 탄소-1 4종이 포함된 사실도 2020년 8월에야 인정했습니다.
6. 월성처럼, 삼중수소제거설비를 사용할 순 없을까요?
7. 일본은 ALPS 관련 조사 보고서를 수차례 제출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얘기가 나오는 걸까요?
8. 아까 전에 일반적인 냉각수와 다른 차원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그럼 그 물질들, 배출되면 어떤 점에서 위험한 건가요? 해양방류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들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음 편에서 이어 알아보겠습니다.
▶2편: [영상]'원전괴담' 왜? 후쿠시마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21가지, 팩트만 골랐다②
▶3편: [영상]해양 방류만이 답일까? 후쿠시마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21가지③
/정수현 기자 value@sedaily.com, 정민수 기자 minsoojeong@sedaily.com, 김지윤 인턴기자 wldbs55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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