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중국 제1호 공장이 중국 전기차 업체에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내 판매 부진을 오래 겪어온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 생산 시설 효율화와 함께 재도약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이 소재한 베이징 순이(順義)구 정부에 1공장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이구 정부는 해당 공장을 인수한 뒤 곧바로 중국 현지 전기차 업체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유력한 최종 인수자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샹(理想)을 꼽고 있다. 리샹은 지난해 리오토(Li Auto)라는 이름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중국 증권가에서는 리샹이 60억 위안(약 1조 500억 원)을 투자해 현대차 베이징 1공장 시설과 부지를 인수해 글로벌 플래그십 공장을 건설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리샹은 부정하지 않았다.
리샹은 웨이라이(蔚來·Nio), 샤오펑(小鵬·Xpeng)과 더불어 중국의 3대 전기차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제1호 공장인 이곳은 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지난 2002년 말 처음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에 달한다. 하지만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 이후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019년 가동을 멈췄다. 베이징현대는 현재 중국에 베이징에 3곳, 창저우에 1곳, 충칭에 1곳 등 총 5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총 16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 시설 효율화의 필요성이 대두돼온 이유다.
2018년 한때 79만 대가 넘었던 베이징현대의 판매 대수는 2019년 65만 대, 2020년 44만 대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둥펑위에다기아(기아 중국 법인)의 판매 대수도 2018년 37만 대에서 24만 대로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해 몸부림쳤다. 한국에 있는 중국 사업 관련 조직을 중국 현지로 대거 전환 배치하고 지주사 조직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저가 소형차 판매를 줄이는 한편 구형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실적 반등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중국 재도약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국에 론칭하고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6,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인 G80 전동화 모델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올해 56만 2,000대, 기아는 25만 5,000대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보다 각각 27.7%, 5.4% 오른 수치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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