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몸값이 치솟자 인문·사회계 비전공자들도 코딩 교육을 통해 앞다퉈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개발자 구인난에 기업과 대학도 문과 출신 개발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프로그램과 인간의 접점이 늘고, 이에 따라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융합인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흐름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31일 코딩 교육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에 따르면 올 1분기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5배 가량 늘어나는 등 관련 교육에 대한 인기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코드스테이츠는 개발 초보자들도 단기간에 업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업과의 공동 교육, 동료 학습 등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25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코스 수강생 중 컴퓨터공학 비전공자 비율이 88%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코드스테이츠 관계자는 “수강생 중 경영학·영문학·사회학 전공자가 상당 수”라며 “재직자들도 기존 개발직과 무관했던 분야에 몸담았던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기업도 ‘문과 개발자’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발자 구인난이 벌어지자 문과 출신 중 재능 있는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내부 인문 직종 구성원에 대한 재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에 나서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신입 공채에서 컴퓨터공학 비전공자를 위한 개발자 육성·채용 트랙을 신설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초 교육을 끝낸 뒤 내부 테스트를 통해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인턴십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내부 기획자들을 위한 기초 코딩 강의를 진행 중이다. ICT 기업은 개발 중심 조직인 만큼, 인문·사회계 직군이라도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 업계 기획·관리자가 코딩 기초 지식이 없다면 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개발자로 자리잡지 못하더라도 원 전공 관련 직군에 재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KT도 올해 1월 AI와 클라우드 등 미래사업을 이끌 핵심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인재육성 프로젝트’ 2기를 가동했다. 2기는 연령과 부서, 직급제한 없이 전사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해 최종 78명을 선발했다.
학계도 문과 출신 AI 전문가 양성에 열심이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는 지난해 10월 융합대학원을 설립하고 올 2월 소셜데이터사이언스 전공과정을 개설했다. 포스코·SK하이닉스와 함께 운영하는 석사 과정으로, 인문·사회계 학부 전공자만 모집한다. 포스텍이 문과 학생만 뽑는 석사 과정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포스텍 관계자는 “이공계에서만 논하던 AI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대학이 ‘융합인재’에 주목하는 배경엔 AI의 발달이 있다. 기술과 인간의 접점이 늘어나자 ‘인간을 생각하는 코딩’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는 “IT 분야에서도 갈수록 새로운 시각을 가진 입체적·창의적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과 출신 개발자의 ‘롱런’ 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이 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CTO는 “개발자 지원자들이 학원에서 배운 ‘복사 붙여넣기’식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흔히 ‘코딩잡부’로 불리는 저급 개발자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만큼 취업 후에도 끝없는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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