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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노동 유연성 논의 시급…中리스크도 머리 맞대야"

■文-4대그룹 총수 2일 회동…서경 펠로 진단과 제언

반도체 경쟁력 높일 방안 찾고

바이오 등 한미 추가 협력 확대

투자 걸림돌도 터놓고 얘기를

중국내 韓기업자산 여전히 많아

미중갈등 속 당국 외교 노력 필요

기업에 요청보다 경청자리 됐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일 한미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4대 그룹 총수와 오찬 회동을 갖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이번 만남이 미래 산업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동반자적’ 관계 설정은 물론 규제 완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형식의 만남 자체가 처음이니만큼 서로의 고충을 터놓고 논의한 후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31일 서울경제 펠로(자문단)들은 이번 만남의 의미와 관련해 우리의 최대 자산인 ‘반도체 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찾는 한편 한미 경제협력을 ‘바이오 동맹’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펠로들은 아울러 국내에서도 제조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우리의 후진적 규제 방식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소 자문역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 중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이라 생각하는 것은 결국 반도체”라면서 “삼성과 SK가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넘어서,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한국이 ‘아시아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고민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 자문역은 특히 “‘반도체를 통해 미국과 세계를 잡아야 한다’는 논의를 대통령과 총수들이 집중적으로 해야 되지 않겠냐”고 밝혔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바이오 분야에서도 한미가 협력할 방안을 모색하고 기업들이 가장 예민해하는 미중 갈등 문제에 대한 속 깊은 얘기들이 오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오는 2022년 말까지 동남아시아에 10억회 분의 코로나 백신 공급을 약속한 조 바이든 정부에는 한국이 글로벌 백신 보급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서 “유망 산업인 바이오 분야에서 한미 간에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찾는 대책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다만 ‘중국 리스크’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을 정부가 덜어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나라 교역 1위 국가이고, 국내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생산 시설도 아직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이 정치적 이슈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외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된 가운데 대통령과 총수들이 시선을 돌려 국내에서 투자를 이끌어낼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미 경제 동맹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인데 신규 투자가 다 미국에서 이뤄지면 국내는 어떻게 하느냐”며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분명히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 간 만남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주제일 수는 있으나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성’ 확보 논의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안 되는 것 빼고는 다하게 해줘야 한다”며 “노동법 등도 글로벌한 기준으로 바뀌어야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것처럼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산업을 효율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민관 협력 체계와 관련해서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선진국들이 대대적인 지원책을 통해 핵심 산업 공급망을 확충하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청와대·기업 간 전략적 협업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추세 대로라면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이 10년 내 우리의 수준을 따라올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일본을 넘어섰듯이 반도체는 평생 가는 산업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특히 “지난 4년간 정부가 산업에 제대로 지원을 한 것이 없다”면서 “정부가 대기업의 공에 숟가락만 얹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펠로들은 무엇보다 이번 만남이 일회성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언급한 ‘기업과의 소통’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방향과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에도 미중 갈등을 비롯해 기업들의 대외 여건은 극도로 불확실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경기 회복도 사실상 수출 기업들이 역할을 해서 만들어준 것”이라면서 “기업들에 요청하는 자리기보다는 경청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아울러 “(문 대통령이) 앞으로 미국과 어떻게 협력 방안을 가져갈 것인지 얘기해주시고, 주요 기업과 동반자적 관계로 간다는 그런 취지를 잘 살려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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