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은 자체 개발만큼이나 업계와의 협업을 중시합니다. 경험과 노하우, 자본 공유를 통해 우리나라가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서귀현 한미약품 연구센터장은 3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약품은 1990년대부터 기술 도입 및 수출을 담당하는 팀을 따로 둘 만큼 자체개발만큼이나 업계와의 협업을 중시해왔다”며 “그 결과 기술수출 이후 글로벌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임상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건만 8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에서 후보물질의 기술을 도입해 임상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건도 총 5건으로 전체 파이프라인 갯수인 30건 중 약 17%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서 센터장은 “자체개발 중인 후보물질도 계속해서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역량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최근에는 글로벌 회사들이 먼저 접촉해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지난 2016년에는 바이오벤처 투자 전문 ‘한미벤처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과 그룹 계열사인 한미헬스케어가 투자한 회사로 다수의 회사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의료데이터 플랫폼 벤처기업인 ‘에비드넷’을 꼽을 수 있다”면서 “에비드넷은 SK(주)와 한미벤처스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에서도 역대 1호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한 기업이다. 지난 1989년 다국적제약사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약손’ 제조기술을 600만 달러(약 71억원)에 넘겼던 당시 일화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된다. 서 선터장에게 로슈와 제조기술 계약 성사 배경에 대해 물었다. 서 센터장은 “한미약품이 3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인 세포탁심의 신규제법을 개발하고 특허출원을 했는데 스위스 로슈사가 먼저 기술이전 제안을 해온 것”이라면서 “1989년부터 6년간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한미의 제조방법 기술을 로슈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기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술수출 계약 규모로 보면 600만 달러가 금액이 높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금액이었다. 그는 “특히 완제품이 아닌 무형의 기술을 수출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면서 “‘고부가가치 제약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의미있는 계약이었다”고 회고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공격적인 기술수출 및 도입을 해온 만큼 기술이 반환되거나 임상이 중단된 사례도 겪었다. 그러나 남들보다 빨리 실패를 경험한 만큼 그만큼의 노하우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서 센터장은 “좌절을 승화시켜 재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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