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독식하던 올해의 발명왕에 처음으로 중소벤처기업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식재산권(IP) 보호가 확대되면서 중소벤처기업들이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대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31일 특허청은 제56회 발명의날 기념식을 열고 올해의 발명왕에 김석중 브이터치 대표이사를 선정했다. 2011년부터 올해의 발명왕 수상을 했는데 중소벤처기업인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삼성, LG, 현대차 등이 대기업 연구원이 주로 수상했다.
김 대표가 특허 등록한 기술은 리모콘이나 접촉 없이 손짓 등 제스처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가상터치 시스템이다. 가상터치 패널은 이용자가 접촉하지 않고 원거리에서 손가락만 가르키는 동작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접촉 감염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고 휠체어 장애인이나 키가 작은 어린이도 손쉽게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석중 브이터치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기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10년 전부터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특허로 지금에야 주목을 받고 있다"며 "현재까지 관련 기술 94건이 특허 출원된 상태로 견고한 기술 장벽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브이터치는 특허 경영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의 기술 도용을 원천 차단하고 대기업과 사업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이라고 해도 한 기술에 대해 100여건 가량 특허를 가지고 있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현재도 현대모비스와 자율주행차 가상 터치식 제스처 제어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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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이 중요한 경영 전략이라도 강조했다. 그는 "기술기업은 대기업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기술을 지킬 수 있는 특허가 경영의 핵심"이라며 "대기업 역시 최근 들어 상생 이슈 등으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을 인정하고 함께 보호하려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이터치처럼 중소벤처기업의 특허 경영은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중소벤처기업의 국제특허(PCT)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5.6% 증가하며 대기업의 출원 증가율(2.2%)을 훌쩍 넘어섰다. 특허를 포함한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등 지난해 전체 지식재산 출원 건수도 전년 대비 11% 증가하며 대기업(1.9%) 증가율을 상회했다.
한편 이날 발명의날 금탑산업훈장은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수상했다. 우 대표는 30년 이상 제약연구 분야에 매진해 독자 기술을 이용한 개량 신약 개발 성과를 이루며 국내 제약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 했다는 공적을 인정받았다. 은탑산업훈장은 각각 윤보언 삼성전자 펠로우와 박용주 SK텔레콤 부사장에게 수여됐다. 윤 펠로우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 개발을 통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박 부사장은 이동통신분야 국제 표준 특허를 확보해 로열티 수익을 창출한 점이 인정받았다.
동탑산업훈장은 삼화콘덴서공업㈜ 윤중락 연구소장과 ㈜대진코스탈 강성공 대표이사가 수상했다. 윤 소장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대한 원천 특허 확보 분야에 기여했다. 강 대표이사는 산업용 전자정보저장매체 파쇄기를 국산화하고, 사무실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소형화해 수출경쟁력을 높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코로나 19로 인한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발명가분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난해 지식재산권 출원이 연간 55만7,000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라며 “발명가와 함께 코로나 위기를 넘어 회복과 포용, 도약의 길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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