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국내 유통 시장 개방으로 당시 세계적 유통 기업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나 국내 소비자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10년도 안 돼 모두 철수했다. 당시 세계적 유통 기업의 진출에 이마트·롯데마트 등 국내 신참 기업들은 혁신과 도전으로 맞대응하며 국내 시장을 수성했다. 그때는 대형마트 등에 대한 유통 규제가 없었다. 2010년 이후 국내 유통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유통 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다시 이케아·코스트코 등 외자계의 한국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국내 기업들이 받는 규제를 받지 않으며 점차 사세를 확장해가고 있다.
국내 시장 규제가 강화되자 한국 유통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국내 유통 기업의 글로벌화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동남아에 다시 우리 유통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대형 마트인 이마트·롯데마트가 베트남에서, 편의점 GS25·CU가 베트남·말레이시아 등에서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아직 성공을 속단하기는 쉽지 않으나 코로나 이후 새로운 해외 진출 성공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데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바로 우리 플랫폼 기업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다. 네이버·쿠팡·카카오 등은 최근 기업 인수 및 투자, 직접 진출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가장 큰 차이는 글로벌 경쟁력이 검증된 기술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글로벌 MZ세대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네이버는 스마트 스토어 모델로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이커머스 솔루션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과 야후재팬은 올해 초 경영 통합으로 일본 최대 인터넷 기업이 됐다. 웹툰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북미 등에서 글로벌 기업 인수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쿠팡은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최근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만들었고, 카카오도 카카오커머스 스타일 사업과 쇼핑 앱 지그재그를 통합하면서 글로벌 패션 시장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통 산업에 큰 타격을 입힌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절치부심하며 뼈를 깎는 구조 조정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체질을 강화했다. 유통 기업의 해외 진출은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업,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소상공인들, 그리고 많은 협력 기업들의 동반 진출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진다. 온라인과 비대면 상황 속에서 세계의 소비자들이 한층 비슷해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유통의 새로운 글로벌 역사가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국내의 규제 족쇄를 풀고 다양한 해외 수출 지원책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새로운 해외 진출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기를 당부한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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